1430원 넘은 환율에도 韓 증시 굳건…뉴노멀 자리잡은 '킹달러'
'고환율=코스피 하락' 공식 깨져…외국인 매수세 지속
강달러 긍정적 효과 부각…삼전·하닉 '실적 랠리' 기대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환율 급등은 경제위기의 대표적인 신호로 꼽혀지만 이제는 고환율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았다. 1400원을 넘는 달러·원 환율에도 코스피는 건재한 분위기다.
달러·원 환율의 부정적 영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출로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2원 오른 1431.0원에 마감했다. 약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재확대되며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전일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올해 4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다만 환율 급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예전같지 않은 모습이다. 과거 환율 급등 때마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고, 한국 경제 위기론이 확산됐다.
지난 4월 초 미-중 무역 갈등 격화 당시 달러·원 환율이 1487원까지 상승하자, 코스피 지수는 장중 2284.72까지 밀렸었다. 지난달 26일에도 달러·원 환율이 다시 1410원을 넘자 외국인은 5707억 원을 팔았고, 코스피는 2.45% 하락한 바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국 금융시장에서 환율과 주가의 동반 랠리가 전개됐던 확률은 20% 남짓하다. 나머지는 정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달러·원 환율이 1420원을 넘어 5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을 때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612억 원을 사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도 코스피는 장 초반 3646.77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달러 강세, 원화 약세일 때는 수입 물가와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을 높여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지연된다. 이에 기업들의 대출 비용은 늘고, 소비는 줄어 주식시장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또 외국인들의 한국 자산 매도를 촉진하고, 달러 부채에 대한 부담을 키운다.
대신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익 마진)은 늘어난다. 1달러의 이익이 나는 물건을 팔았을 때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일 때보다 1400원일 때 200원을 더 얻는 구조다. 원화 10% 약세 시, 수출 기업 영업이익은 5~10%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미치는 부정적 요인을 긍정적 요인이 상쇄하고 있다"며 "원화 약세가 4월 이후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한국 자산 순매수가 이어졌고 올해 원화 약세는 달러가치 변동이나 한국 경제 펀더멘털 보다는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주식 시장은 글로벌 경기와 유동성, 기업 실적 개선 등에 영향을 받으며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가 3분기 12조100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깜짝 실적'을 낸 데에도 환율 효과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올 3분기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실적이 개선되면 순매수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강세가 수출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투자로 연결되는 셈이다.
달러·원 환율이 계속 오르긴 힘들다는 판단도 외국인 투자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 시장에서 4885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달러·원 환율이 1430원일 때 주식을 사고, 향후 통화스와프 체결 후 1300원까지 내리면 주가 변동이 없어도 1달러당 130원어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29~30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환율 변동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중국과의 관세 협상이 완료되기까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관세 협상 합의점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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