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거품론까지"…코스피 랠리 막는 불안요소는[추석 후 증시]
한-미 무역협상 난항 속 환율 불안…투자자 신중론 확대
증권가, 지수 급락보다 우상향에 베팅…외국인 투자여력 충분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코스피가 랠리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지만, 추석 후 증시에 대한 불안이 적지 않다. 한-미 관세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증시 거품론까지 나왔다. 환율은 다시 1400원을 오가며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스크를 우려하면서도 증시가 급격한 하락보다는 안정적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금리 인하와 견조한 인공지능(AI) 수요가 유지되고 있고 때문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는 지난 2일까지 47.92%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했다. 대선 직후인 지난 6월 4일 이후 31.50% 랠리했다. 장중에는 3565.96까지 올랐었다.
랠리가 이어지면서 지난해까지 글로벌 꼴찌로 부진했던 코스피는 이제 선두가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시장 친화적 정책이 나오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AI 열풍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미국 증시가 랠리하며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까지 유입됐다. 대선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18조4693억 원에 달한다.
다만 추석 후 증시에 대해서는 시장 불안이 크다. 가장 큰 리스크는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무역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선불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외화보유액(8월 말 기준 4163억 달러)의 84%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요구를 수용하면 한국 경제가 당장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는 절충점을 찾고 있고 연휴 이후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협상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그전까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환율이 1400원을 오가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환율 급등→외국인 이탈→지수 하락'이라는 인식이 있다. 달러가 강세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해 달러·원 환율이 1487원을 넘으며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4월 9일 코스피는 장중 2284.72로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이후 환율이 안정되면서 코스피도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한국 경제 체력도 떨어지고 있다. 8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2.4%, 전년비 -0.5%로 후퇴했다. 4개월 만에 전월 대비 마이너스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는 7월 전체 임금근로자의 평균 실질임금이 지난해 7월 대비 3.1%로 감소했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8월 산업활동동향에 나타난 국내 경제의 모습은 저조한 성장과 답보상태에 있는 회복으로 요약된다"며 "경기회복 기대 속에도 저성장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증시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코스피가 오른 것이 부담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증시에 대해 "상당히 고평가된 것 같다(fairly highly valued)"고 말하면서 과열을 경고했다.
증권가에서는 악재 속에도 상승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고, AI 성장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한-미 관세 협상과 환율도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악재가 경제 펀더멘탈, 통화정책 및 유동성 혹은 자금흐름을 급격히 변화시킬 수준은 아니다"라며 "증시가 급격한 조정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외국인들의 투자 추가 여력도 충분하다. 외국인이 지난해 8월부터 4월까지 순매도한 금액만 39조8718억 원에 달한다. 올해 5월 이후 순매수 금액(19조7634억 원)을 빼더라도 20조 원 넘는 자금 여력이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장중 3500선을 돌파했다"며 "다시 또 내려갈지 모르겠지만 추세 자체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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