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운용사 CEO 만난 이찬진…"'예방적' 투자자 보호, 직접 챙겨라"

"투자자 보호 최우선" 강조…"가족에 권하기 어려우면 판매 지양"
불공정 거래 휘슬 블로어·퇴직연금 신뢰·모험자본 공급 역할 당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자료사진) 2025.8.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회사의 경영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하는 데 금융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달라"며 "CEO가 직접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6개 증권·운용 CEO 간담회를 열고 △금융 투자자 보호 △불공정 거래를 위한 휘슬 블로어 역할 △퇴직연금 시장 신뢰 제고 △생산적 금융(모험자본 공급) 역할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품의 설계, 판매, 운용 및 신용정보 전산시스템의 안전 확보를 위한 투자 및 인력확충 등 영업행위 전 단계에 '사전 예방적 투자자 보호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임직원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하기 어려운 상품은 판매를 지양하고, 투자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상품설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실질적 내부통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의 성패는 CEO의 의지에 달려있다"며 "해당 부서에 실질적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

또 과도한 성과 추구에 따라 발생한 위험에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도록 "성과보상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불공정 거래 근절 의지도 재차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만큼, 시세조종·사기적 부정거래·불법 리딩방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며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 역할을 적극 수행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진짜 성장'을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대체 투자 등 쏠림을 혁신·벤처기업 등 미래 성장산업을 적극 발굴하고 과감히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필요한 곳'에 '과감하고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 대한민국 생산적 금융 플랫폼의 핵심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며 "모험자본 공급은 정책 지원이 전제돼야만 고려할 수 있는 조건부 선택이 아니라, 금융투자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본연의 역할'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회사가 지배구조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선도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견인해달라"며 "자산운용사가 투자자 이익보호를 위한 수탁자 책임 이행을 통해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퇴직연금 시장에 대해서는 "다층 연금체계에서 퇴직연금이 준(準) 공적연금체계로 전환되는 세계적 흐름을 언급하며, 가입자 중심의 상품설계, 판매 혁신을 추진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위험자산 투자 한도(70%) 단계적 확대, 미국 401K 수준 세제혜택 부여 등 관계 부처 지원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에 참석자들은 금융투자산업의 생산적 금융 강화와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BDC 법안 및 종투사 인가 등이 잘 준비가 돼 중소·벤처기업의 든든한 자금조달 창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CEO들은 법인지급결제 및 신기술사업금융업 추가 등록 허용,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기업활동의 효율적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 금융당국의 관심을 요청했다. 기관투자자의 역할 강화와 펀드를 통한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세제적 지원도 건의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