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명 랠리' vs "한국에서 기업하기 싫어요"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증시다. 국내 주식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일 만에 한국거래소를 찾아 밝힌 말이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경제 행보로 거래소를 찾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메시지는 더 강렬했다.
이 대통령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부동산 공화국'에 경종을 울리며 주식 투자로 중간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도 자본 조달이 쉬워지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된다고 했다.
증시는 선거 운동 기간 거듭 밝힌 '오천피(코스피 5000) 공약'이 무색하지 않게 취임 후 '허니문 랠리'(정권 초 주식 상승)가 펼쳐졌다. 새 정부 출범 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8.19%로, 주요국 중 수익률 1위다.
투자자들 사이에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한국 증시에 대한 불신이 컸던 분위기를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여기에 대통령이 약속한 상법 개정과 배당 세제 개편 등이 이뤄지면 증시의 한 단계 도약이 기대된다.
다만 코스피 5000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금과 같은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 대통령도 이런 노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지 '코리아 프리미엄'까지는 무리라고 인정했다.
상법을 개정하고 배당을 촉진하는 제도 개선을 해도 결국 핵심은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기업이 성장해야 배당이 가능하고, 투자자들도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다른 나라서 규제를 풀고 혁신 기업을 만들 때 우리는 여러 이유로 훼방을 놓는 일이 '부지기수'다. 글로벌 기업들이 모빌리티 혁신에 나설 때 한국은 택시 기사 반발에 정치권이 '타다' 서비스를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타다금지법'으로 대한민국 혁신이 죽었다는 자조 어린 목소리가 스타트업 업계에 넘쳐났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싫다는 창업가들의 토로도 쏟아졌다.
기업들은 혁신 서비스를 주저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는 일이 반복된다. 한국에서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은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 기업이 산업구조 재편에 더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K-증시'의 도약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 코스피 5000이 현실이 되려면 기업들이 혁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간과해서는 안될 '증시 부양책'이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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