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FTX는 어떻게 파산까지 이르렀나?
알라메다리서치, 암호화폐를 담보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구조'로 성장
레이 "기업 통제에 이처럼 완전하게 실패한 곳은 처음 본다"…제2의 엔론 사태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암호화폐 가격이 최근 급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 도산 이슈 때문인데요. 지난 11일 FTX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고, 지금은 FTX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이 고객 돈에도 손을 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FTX 도산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신뢰 문제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FTX 도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이 사태에서 자오창펑과 샘 뱅크먼 프리드, 두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자오창펑은 전 세계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대표이고, 샘 뱅크먼 프리드는 FTX의 대표입니다.
1992년생인 뱅크먼 프리드는 한때 미국 부자 32위에 오를 만큼 명성과 부를 자랑했습니다.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를 졸업했고, 부모가 법대 교수로 업계 신뢰를 얻을 만한 스펙을 가졌습니다.
뱅크먼 프리드는 지난 2017년 알라메다리서치를 설립합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의 성격을 띠는 회사였습니다. 이를 통해 큰돈을 벌어 2019년 FTX를 설립했고, FTX는 또 FTT라는 토큰을 발행해 더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지금의 사태는 '알라메다리서치 대차대조표가 이상하다'는 코인베이스의 보도에서 시작됐습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알라메다리서치는 자본 66억 달러, 부채는 80억 달러가 있었는데 이 중 58억 달러가 FTX 자체 화폐인 FTT로 이뤄졌습니다. 자본의 대부분이 관계사에서 발행한 암호화폐였습니다. FTT 가격 하락 시 회사는 엄청난 리스크를 지게 되는 구조인 셈이죠.
알고 보니 알라메다리서치는 보유한 자산(암호화폐)으로 담보를 받아 암호화폐에 투자해왔습니다. 보유자산 가격이 오르면 더 많은 대출을 받았고, 다시 암호화폐를 사들였습니다. 끊임없는 레버리지죠. 담보대출 금리가 10%라도, 암호화폐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투자하는 이들에게는 FTX 거래소에 달러를 예치해 연 8% 이자를 받는 상품이 유명했습니다. 그렇게 개인투자자의 돈도 긁어모았죠.
당연히 이렇게 부실한 투자구조는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면 한계가 드러납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떨어지고, 계속해서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없는 구조가 되는 거죠. 알라메다리서치는 자본의 대부분인 FTT의 가격이 내려가면 안 되니까 다른 암호화폐 자산을 팔면서 FTT 가격을 부양했습니다. 알라메다리서치 자본에서 FTT 비중이 유난히 높아진 것도 이러한 투자 과정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코인베이스 보도에 이어 자오창펑은 "crypto is high risk(암호화폐가 위험하다)"고 트윗을 날립니다. 그러면서 그는 보유하고 있는 FTT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청산 규모는 21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다른 투자자들은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자오창펑이 모두 매도하기 전에 돈을 빼기 위한 '뱅크런'이 발생했습니다.
뱅크먼 프리드는 "바이낸스와 전략적 협업을 맺기로 했다"며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자오창펑은 인수 의사를 밝힌 뒤 하루 만에 '합의가 무산됐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실사하는 과정에서 FTX의 부실 경영이 드러났고, 고객 돈에도 손을 댔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FTX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과정에서 이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임직원들이 회삿돈을 마음대로 유용하고, 적절한 절차 없이 비용을 지출하는 등 충격적인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돼온 사실이 파산법원에 제출된 서류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현재 FTX에는 구조조정 전문가 존 J. 레이 3세가 CEO에 임명돼 사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레이는 미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관련 문서를 제출하고 "나의 40년 구조조정 경력에서 기업 통제에 이처럼 완전하게 실패한 곳은 처음 본다"고 말했습니다. 레이는 2001년 회계 부정으로 무너진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 구조조정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FTX 사태를 '엔론 사태'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길 땐 은행이 그 돈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대출해줄 거란 사실은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돈을 달라고 했을 땐 언제든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금융시장은 돌아갑니다. 금융당국은 해당 은행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유동성 비율을 관리하도록 합니다. 자산운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펀드를 사면 그 돈은 자산운용사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은행에 예치되죠. 펀드매니저는 운용지시만 내릴 뿐 우리의 돈을 직접 만질 수 없고, 뺄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내부통제 시스템은 지금까지 만들어져온 기존의 자본시장입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유례없는 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웠습니다. 규제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보는 것도 맞을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가 자본시장 주류로 등장했을 때 이를 규제해야 하는 금융당국에서 "암호화폐가 뭐야?"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니 규제할 방법도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탈중앙화'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새로운 규제를 하려고 하면 "암호화폐 시장을 죽이려든다"고 여론을 형성했습니다.
그런데 FTX 같은 세계 3대 거래소가 회삿돈을 마음대로 유용하고 고객 돈을 관계사에 보내 그 돈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등 방만한 경영이 드러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 전반의 신뢰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계속되는 분위기입니다. 또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자본시장에 감돌고 있습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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