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금리 5%대…증권사 자금조달 효자노릇

한국투자증권, '1년 만기 5.1%' 업계 최고…미래에셋·KB 5%대
기준금리 인상·외부자금 유치 전략…고신용 우량기업 투자 활발

금융 중심지 여의도 전경(서울시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증권사 발행어음 금리가 잇따라 5%를 넘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와 채권시장 침체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발행어음을 통해 외부자금을 유치하려는 전략이 더해진 결과다. 한국은행이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발행어음 금리도 덩달아 오를 전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전날부터 개인과 기관 대상 '퍼스트 원화 발행어음' 수익률을 기간별로 0.1~0.5%포인트 인상했다.

1년만기 상품 금리는 기존 4.75%에서 5.1%로, 적립식은 5%에서 5.35%로 올렸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7~30일, 31~60일, 61~90일 금리는 기존대비 0.1%포인트 오른 3.15%로 인상했다. 91~180일(3.6→4.0%), 181~270일(4.3→4.8%), 271~364일(4.65→4.95%)도 상향 조정했다.

5.1%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4개 사업자 중 1년 만기 기준으로 가장 높다. 지난 19일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상품 금리를 기존 4.1%에서 연 5.05%로 0.95%포인트 인상했는데 한투증권이 닷새 만에 이를 추월했다. KB증권의 발행어음 금리도 5.0%다.

현재 4.5%를 주는 NH투자증권도 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추가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이 증권사는 이달 12일과 8월 25일 등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발행어음 금리를 덩달아 올렸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중 당국 인가를 받은 사업자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이다. 개인이나 법인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유망 중소기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고, 고객에게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운용수익도 취한다.

최근 금리가 오르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기업, 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증권사의 수익률이 올라갔고, 이에 따라 고객에게 지급한 수익률도 인상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증권사의 공격적인 영업전략도 금리인상의 또 다른 이유다. 고객과 약정한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 '역마진'이 발생하는 만큼 고금리를 책정하는 것은 그 이상의 수익률을 확보할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고신용도를 가진 우량기업들도 투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며 "증시 침체로 수익이 줄어든 증권사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해 운용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발행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발행어음 잔고는 10조3682억원으로 지난해말(8조3719억원)보다 23.8%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말 4365억원에서 상반기말 3조3526억원으로 7배이상 늘었다. KB증권(4조4751억→5조9366억원), NH투자증권(3조4431억→3조7231억원)도 증가했다.

일각에서 회사채 부실 등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지적하지만 증권업계는 재무건전성 지표 등을 볼 때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설명한다. 상반기말 기준 발행어음 사업자의 순자본비율(NCR)은 최저 1326.3%(KB증권)에서 최고 2132%(NH투자증권)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