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두영 쿼터백 대표 "정확한 금융진단서 제공하는 '자산관리기업' 되겠다"
국내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사…자산관리 금액 1년 새 163%↑
'온라인 자산관리 전문회사' 목표…"퇴직연금 일임 서비스 규제 해소해야"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즉, 인간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로봇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개인 자산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10만원을 예치한 고객도, 1억원을 예치한 고객에게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두영 쿼터백 그룹 대표이사가 로보어드바이저를 주목한 이유다. 해외에서는 2008년부터 조금씩 커지던 시장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 고액자산가들이 질 좋은 금융 서비스를 받고있을 때, 자산이 적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투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2015년 국내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사를 만들었다. <뉴스1>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쿼터백 본사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 "제대로 된 금융처방전 제공할 것"
최근 쿼터백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은 신한금융그룹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다. 또 시리즈B 투자를 받아 견고한 파트너십도 구축했다.
장 대표는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과 다른 점은 기관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생명보험회사, 은행 등 다양한 금융기관 자산을 맡아 운용하면서 장기 성과를 쌓은 게 시장의 신뢰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시대의 도래로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자산관리를 지원한다. 기존 금융업계는 고객 정보를 모으는 능력은 있지만, 정보를 모아 가장 효율적인 자산 관리를 도와줄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장 대표는 "기존 금융업권은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능력과 여건을 갖췄는데, 어떤 솔루션을 제공해야 할지는 뚜렷하지 않다"면서 "환자의 정보는 있지만 환자에게 맞는 처방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여태까지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제대로 된 처방전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금융업권과 로보어드바이저의 협업은 서로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재가입률 90%…"가장 좋은 PB를 모방"
쿼터백 자산운용의 서비스 재가입률은 90%가 넘는다. 투자자 10명 중 9명이 쿼터백 투자 일임 서비스가 끝난 후 다시 계약을 한다는 의미다. 쿼터백 자산운용의 자산관리 금액도 2020년 1725억원에서 지난해 4533억원으로 1년 만에 163% 성장했다. 이같은 수치의 비결은 '신뢰'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쿼터백의 솔루션은 오랜 경험을 가진 PB서비스를 모방했다"면서 "성과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의사소통을 통해 고객이 제대로 관리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쿼터백 로보어드바이저는 모든 운용 노하우가 시스템으로 구축돼, 운용역이 운용역 교체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고, 바뀌지 않고, 처음과 같은 일관성 있는 운용 스타일을 유지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신뢰를 받고 있다"면서 "로보어드바이저는 객관적이고 감정적이지 않다. 일관성있는 운용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장 대표가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글로벌 금융전문가라는 점도 회사를 키운 무기다. 장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금융업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이후 홍콩법인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글로벌 시각을 넓혔다.
그는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면서 규제산업인 금융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었다"면서 "법을 잘못 지켰을 때 결과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투명성을 강조해온 것이 현재까지 회사가 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글로벌 투자에 대해 시각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이해했다"면서 "지금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해외 네트워크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10억 만들어주세요"…'종합 자산관리 전문회사'가 목표
시리즈B 투자까지 유치한 쿼터백 그룹의 최종 목표는 다시 설립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 대형 운용사가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투자자들 모두 공평하게 좋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산관리 전문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가령 고객이 "저는 지금 3억원이 있는데 10년 안에 10억원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요구한다면, 단순히 상품 추천에 그치지 않고, 10년 동안 꾸준한 자산관리를 통해 투자 경로를 알려주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회사다.
장 대표는 "온라인 자산관리 전문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도화가 필요하다. 상장지수펀드(ETF), 공모펀드에서 나아가 다양한 자산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개인연금, 퇴직연금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커질 것은 자명해보인다. 다만, 규제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장 대표는 알고리즘을 검증받는 테스트베드(Test Bed)제도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도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적 운용에 대한 자신감이다.
장 대표는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에 대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만 이야기하는데, 고객에게 더 필요한 건 일임 서비스"라면서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퇴직연금 일임이 제도적으로 막혀있는데, 안정성과 운용 역량이 입증된 만큼 열어줄 때가 된 것 같다"고 피력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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