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 할게요"…펀드는 활황인데 떠나는 펀드매니저
펀드매니저 743명, 1년전보다 줄어…1인당 펀드관리금액 4196억 15%↑
증권사에 비해 연봉 적은데 인센티브 열위…주식투자 상대적 제약도 불만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주식형 펀드 매니저는 내일 나라가 망한다고 해도 주식을 팔 수 없다. 자산의 최소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코로나19 충격으로 주식이 급락할 때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투자자문사에서 랩(Wrap)을 운용하는 지인은 당시 주식 비중을 10%로 줄이고, 상승할 때 다시 사 모으면서 상당한 수익을 냈다. 성과보수만 수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내 능력과 상관없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자괴감이 들었다.”
최근 공모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자문사를 설립하거나 개인투자자로 전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러 가지 운용상의 제약으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낮아지는 운용보수로 펀드매니저의 연봉도 다른 금융투자업계와 비교해서 상승률이 높지 않아서다. 공모펀드 설정액은 늘어나는데 펀드매니저는 줄어들면서 1인당 관리하는 공모펀드 자산 규모는 증가하고 있고, 투자자문사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펀드매니저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초 기준 펀드매니저는 743명으로 1년 전(753명)보다 오히려 1.3% 줄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2019년말 600명대였던 펀드매니저가 지난해 9월 759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올해들어 다시 줄어드는 분위기다.
최근 펀드 투자 수요 증가로 공모펀드 설정액은 1년 전 275조원에서 312조원으로 13.5% 늘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 수가 줄어들면서 펀드매니저 1인당 평균 펀드 관리금액(설정액)은 15% 늘어난 4196억원에 달했다. 1인당 설정액이 4000억원을 넘어선 건 2016년 12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펀드매니저의 변경공시도 잦았다. 8월 기준 최근 3개월 동안 펀드매니저 등록 또는 말소 등 변경을 공시한 횟수는 총 1670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1042건), 2019년 8월(1507건)보다 많았다.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었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에 들어오면 처음엔 인 하우스(In house)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4~5년차쯤 펀드 운용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투자에 대한 시각도 넓어지고, 욕심이 생기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업계로 넘어간다. 수년간 공모 펀드 운용역의 평균 경력이 5.5년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펀드매니저의 이탈은 운용사의 '최저보수' 경쟁에 운용사 수익성이 안 좋아진 영향이 크다. 펀드의 운용수수료는 주식형의 경우 평균 0.45%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보다 더 낮은 0.1~0.2% 수준이다. 인덱스 ETF 1000억원을 운용하면 2억원, 액티브 ETF의 경우 5억~9억원의 보수를 받는다. 여기서 각종 비용을 빼고 팀원이 나눠갖게 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증권사 평균 연봉은 2억원을 넘겼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펀드매니저의 평균 연봉은 수년째 6000만~80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는 ETF 시장이 커지면서 운용보수가 더 줄어들었다”면서 “증권사 직원보다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일이 적은 것도 아닌데 연봉 상승률은 상당히 낮다”고 한탄했다.
내부규정상 주식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도 젊은 펀드매니저 이탈에 영향을 끼쳤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상장 주식, 비상장 주식, 주식 관련 장외파생상품까지 모두 투자할 수 없다. 직계가족과 배우자도 포함된다. 다만 ETF, 펀드 정도는 가능하고 회사에 따라 해외주식도 신고만 하면 할 수 있다. 증권사 직원들은 최대 투자금액, 회전율 등의 제약은 있지만 애널리스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이탈한 펀드매니저들은 투자자문사로 이직을 하거나 투자자문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자문사는 운용역의 주식 투자에 대한 규제도 없고, ‘성과보수’를 통해서 이익을 내는 만큼 많은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투자자문사는 228개다. 2019년말 198개와 비교해서 15.2% 늘었고, 통계치가 있는 2016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문사가 너무 많아져서 공실 우려가 나오던 여의도 건물이 만실인 상황"이라면서 "운용을 잘하는 펀드매니저는 사모펀드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약속한 공모펀드 발전 방안에는 펀드매니저 운용의 책임을 강화하면서도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 처우개선 문제도 함께 담겨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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