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의 차이나路] 상하이 모터쇼서 테슬라가 심야 사과한 까닭은

테슬라 소비자 차 지붕서 시위…中 압박에 "적극 협력" 입장 선회
전기차 각축전 된 상하이 모터쇼…中전기차 기업 신모델 잇따라 내놔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는 1000여개 완성차·부품사 등 자동차 업체들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쇼가 개최됐다. 과거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행사 성격이 짙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된 글로벌 모터쇼를 대신해 신차 공개 및 트렌드 선도의 각축장이 됐다.

이번 모터쇼에는 전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 업체인 테슬라를 비롯해 중국판 테슬라를 꿈꾸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인 니오, 샤오펑 등과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화웨이, 바이두 등이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상하이 전기차 모터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평가한다.

(사진출처=상하이모터쇼 홈페이지) ⓒ 뉴스1

◇기습 시위에 얼룩진 테슬라…자정엔 사과문까지

테슬라는 작은 전시장을 꾸리고 모델3, 모델X 등 자사 전기차를 전시하는 수준에서 이번 모터쇼에 참석했다. 중국 주요 완성차 업체 및 IT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며 대규모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상하이 모터쇼 개막 첫 날부터 시선은 테슬라에 집중됐다. 테슬라 차주라고 밝힌 한 여성이 테슬라 차량이 전시된 전시관에 등장하면서다. 이 여성은 "브레이크가 고장났다"라는 문장이 적힌 옷을 입고 테슬라 전시차 지붕 위에 올라섰다. 이를 제지하는 보안요원에게 우산 등을 던지며 "테슬라의 브레이크가 고장났다"고 수차례 외쳤다.

테슬라 차주가 상하이 모터쇼 전시장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웨이보) ⓒ 뉴스1

현장 보안요원들에 의해 들려나간 이 여성이 행정구류 처분을 받으면서 한바탕의 소동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테슬라 미온적 대응이 중국 내 반(反)테슬라 감정을 자극했다.

테슬라 측은 이 여성이 이전부터 테슬라의 브레이크 문제와 관련해 항의해왔으며 전액 환불을 요구하며 차량 검사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타오린 테슬라 중국 법인 부총재는 현지 언론에 "차량 검사를 거부하면서 고액의 배상금을 받겠다고 요구하고 있어 타협할 수 없다"며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주 전문적이며 배후에 반드시 누군가가 있다"고 밝혀 화를 키웠다. 타오린 부총재의 발언을 보도한 현지 언론은 테슬라가 해당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물론이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테슬라가 소비자 안전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테슬라는 지난 20일 자정께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테슬라는 사과문에서 "문제를 제기한 차주의 문제를 적시에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중국 정부 관련 부서의 결정과 소비자를 존중하고 법률과 법규를 준수하는 동시에 중국 정부 관련 부서의 모든 조사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릴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이 하루만에 크게 바뀐 것이다.

테슬라의 '심야 사과' 이후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는 "테슬라가 이전과 달리 마침내 겸허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였다"며 "기업들은 중국의 법률과 시장 규칙을 준수하고 소비자 권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두가 자율주행 기술 시스템인 아폴로를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테슬라 보란듯"…안방서 전기차 야심 드러낸 中 기업

중국 당국 및 여론의 뭇매를 맞은 테슬라와 달리 중국 로컬 기업들은 전기차를 잇따라 공개하며 테슬라와의 경쟁을 선언했다.

중국 신흥 전기차 브랜드 중 하나인 니오(웨이라이)는 이번 상하이 모터쇼 기간 플래그십 모델인 ET7 실제 차량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모델은 니오의 순수 전기차 세단 모델로 내년 1분기 인도될 예정이다.

샤오펑(XPENG)은 세번째 공식 출시모델인 P5를 포함해 총 3대의 자율주행 자동차와 1대의 자율주행 비행기를 공개했다.

알리바바, 상하이자동차 등의 합작사인 즈지자동차는 첫 제품인 L7을 선보였고 지리자동차의 신규 자회사인 지커는 콘셉트카 001을 공개했다. 상하이자동차의 R 브랜드는 처음으로 ES33 모델을, 홍치는 순수전기차 E-QM5를, 링파오는 프리미엄 순수 전기차 모델 C01을 각각 공개했다.

화웨이는 베이징자동차와 협력해 만든 첫 자율주행차 '아크폭스(Arcfox) 알파 S HI'도 공개했다. 중국 최대 검색 포털인 바이두는 자율주행 기술 시스템인 '아폴로'를, 드론기업 DJI는 자율주행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등을 소개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