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 금융지주 회장들 한자리에…이찬진 "능력 중심 승계" 당부(종합)

자회사 CEO 선임 앞두고 8개 금융지주 회장 소집
"계파·친분 아닌 역량 중심 선임"…회장들은 '묵묵부답'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8개 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초청해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정은정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 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곽범준 금융감독원 은행 부원장보. 2026.09.23 /사진제공=금융감독

(서울=뉴스1) 한병찬 김도엽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말 금융권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앞두고 '2번째' 경고장을 날렸다. 특정 계파나 친분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과 자질을 중심으로 한 승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8개 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초청해 조찬 간담회를 열고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내부통제, 소비자보호까지 책임질 CEO 선임 절차는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능력에 기반한 책임자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금감원이 올해 초부터 추진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의 최종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열려 관심을 모았다. 금융권에서는 연말까지 8개 금융지주 산하 70여 개 계열사의 CEO 선임 절차가 예정된 만큼 당국이 제도 개선 방향을 사실상 먼저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오랜 기간 CEO의 참호 구축을 막고 승계 절차를 공정하게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 왔다"며 "금융 지주 산하 상당수 자회사의 CEO 승계 절차가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는 그간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사 지배구조법 취지에 맞춰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회사 CEO 후보 평가 과정에서 임추위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상시 후보군 관련 정보도 적시에 공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임원 회의에서도 "대부분의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수립한 승계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사 자추위의 부족한 부분으로 △CEO 자격요건 구체화 미흡 △후보 압축 단계별 최소 검증 기간 미운영 △형식적 상시후보군 관리 △불투명한 후보군 압축·검증 절차 등을 꼽았다. 또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지주 자추위가 자회사 CEO 상시후보군 현황 등을 공유하거나 은행 임추위에 추천권을 부여한 곳은 일부 지주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은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이 원장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말 다수 계열사 CEO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추석을 전후로 후속 인선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금융지주들도 승계 절차 개선에 나서고 있다. BNK금융은 자회사 경영승계 절차 개시 시점을 임기 만료 3개월 전으로 통일하고 후보 검증 기간을 확대했다. 은행 임추위가 CEO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계열사 이사회의 참여 범위도 넓혔다.

신한금융도 지난 21일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12개 자회사 대표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가 은행 임추위에 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임추위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를 마친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번 간담회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회장들은 간담회에서 오간 논의 내용과 승계 절차 개선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떠났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