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 주담대 늘리라는데 차주 70%는 변동형…당국 목표 '경고등'

7월 변동형 비중 68.1%…12년 5개월 만에 최고
코픽스 0.67%p 오를 때 금융채 5년물은 1.81%p 급등

1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6.9.17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시장금리 상승으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변동형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차주의 미래 이자 부담을 줄이고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은행권에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도록 주문하고 있지만, 변동형 선택 비중이 10개월 넘게 확대되면서 올해 목표 달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예금은행의 고정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잔액 기준 43.3%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47.0%로 단기 고점을 기록한 뒤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보면 변동형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7월 64.8%였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이후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 7월 새로 취급된 주담대 가운데 변동형 비중은 68.1%에 달했다. 2014년 2월 68.2% 이후 1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새로 주담대를 받은 차주 10명 가운데 약 7명이 변동금리를 선택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차주의 금리변동 위험을 줄이고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은행 대출구조 개선 촉진 세부 추진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말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52.5%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은행권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대출과 중도금·이주비 대출을 제외한 장기 주담대의 고정금리 목표 비중은 71.0%다. 이 가운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취급하는 장기 주담대의 고정금리 목표 비중은 30.0%다. 신규 차주들의 변동형 선호가 이어질 경우 이들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향후 이자 부담 증가를 피하려는 차주들의 고정형 선호가 높아진다. 일정 기간 금리를 고정하면 시장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금리가 함께 상승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차주들의 선택이 변동형으로 기울고 있다.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오른 영향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과 은행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면 상승하고, 조달 비용이 줄면 하락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7월 2.51%에서 올해 8월 3.18%로 0.67%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해 8월 18일 2.844%에서 이달 15일 4.655%로 1.811%p 뛰었다.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변동형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실제 5대 은행의 6개월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연 4.2%대로, 연 4.9%대인 5년 고정형보다 약 0.7%p 낮다. 금리 상단도 변동형은 연 6.4%대, 고정형은 연 6.9%대로 변동형이 약 0.5%p 낮다.

향후 금리 상승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적용되는 금리가 낮은 변동형을 선택하는 차주가 늘어나는 이유다. 고정형과 변동형의 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정책과 실제 차주 선택 사이의 괴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올해 고정금리 목표 달성 가능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금융당국과 은행권 간 일종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은행들은 사실상 규제에 준해 관리하고 있다. 목표를 크게 밑돌 경우 향후 검사나 경영실태평가 과정에서 지적받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은행 통계와 금융당국 집계는 산정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다”며 “최근 변동형 대출 취급 비중이 높아져 목표 준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고정형 대출 취급 물량이 많은 만큼 잔액 기준 목표 달성 여부는 연말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차주의 금리변동 위험을 낮추기 위해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도입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정책모기지에는 최장 50년 만기의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있지만 시중은행 주담대는 대부분 5년간 금리를 고정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혼합형이나 5년마다 금리를 다시 산정하는 주기형에 편중돼 있다. 현재 10년 이상 고정금리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은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 정도다.

금융당국은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가계대출 관리 총량에서 전부 또는 일부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간 금리를 고정하는 데 따른 은행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험가중치(RW) 등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