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패스 안 해도 돼"…MZ들, 보험계리사 시험 '가성비 전략' 짠다

시험 응시자 1617→2334명인데 최종 합격자 126→104명
부분 합격도 취업…어려운 시험에 '올인'보다 '실리' 추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6.8.19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난이도 최상으로 불리는 보험계리사 시험에 응시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최종 합격률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워낙 난도가 높아 5과목 중 일부 과목만 합격해도 취업이 가능하다 보니, 최종 합격 대신 '가성비 전략'을 짜는 취준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계리사 시험 응시자는 2024년 1617명, 2025년 1889명, 2026년 2334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최종 합격자 수는 2024년 126명에서 2025년 120명, 2026년 104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보험계리사는 미래 위험을 예측해 보험 상품을 만들고 가격을 정하는 수학·통계 전문가로, 자격시험 난도가 상당히 높다. 1차 시험 합격 후 5년 이내에 2차 5개 과목(△계리리스크관리 △보험수리학 △연금수리학 △계리모형론 △재무관리 및 금융공학)을 각각 60점 이상 득점해야 최종 합격한다.

하지만 보험계리사는 최종 합격을 못 하더라도 1과목 이상만 부분 합격하면 보험사나 계리법인에 취업할 수 있다. 이에 최종 합격보다 '부분 합격'을 노리고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많아진 것이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실제로 과목별 합격자 수(중복 포함)를 보면 2024년 824명(51.0%), 지난해 1000명(52.9%)으로 늘었다가 올해는 962명(41.2%)으로 집계됐다. 응시자는 급증했지만 5과목을 모두 통과하기보다 필요한 1~2과목만 합격한 뒤 '실리'를 챙기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합격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개발원 측은 "올해 시험에서 특별히 난이도를 조절한 것은 아니다"며 "계리사 시험 특유의 '부분 합격' 제도가 응시자들의 수험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조적 수급 불균형' 문제가 대두된 회계사와 달리, 보험업계의 계리사 수요는 여전히 높다. 위험률과 손해율, 금리 리스크 관리 등 기존 영역은 물론 신규 담보 개발 등 마케팅 영역까지 역할이 확장됐다. 회계법인 역시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계리 인력 확충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법적으로 '보험사가 기초서류를 검증할 때 선임계리사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 외에는, 반드시 자격증이 없어도 관련 실무를 할 수 있다.

한 보험업권 관계자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굳이 최종 합격을 위해 긴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최종 합격자만 우대하는 분야도 있지만, 1~2과목 부분 합격에 다른 실무 경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보험사가 부분 합격자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최종 합격을 위한 교육을 지원해 주고 있음에도 반응은 시큰둥하다. 올해 최종 합격자 104명 중 30세 이상이 20명에 불과할 정도로, 입사 후 최종 합격에 다시 도전하는 사례는 드물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법적 책임을 지는 선임 계리사 자격이 필요한 회사 입장에서는 최종 합격자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젊은 직원들은 자격증이 없어도 상품 개발 등 실무가 가능하다 보니 회사가 지원해 줘도 예전처럼 시험 준비에 매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최종 합격한 뒤에는 회계법인 등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 회사 입장에서도 인재 육성이 선뜻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