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재단 "프라이빗체인 중심 토큰증권 한계…퍼블릭체인 열어야"
"프라이빗체인 각각 구축하면 상호운용성 문제"
블랙록·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 퍼블릭체인 활용 확대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이더리움 생태계 관계자들이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로드맵과 관련해 프라이빗체인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퍼블릭체인 활용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기관이 각자 폐쇄적인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시스템 간 연결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글로벌 유동성과 연결할 수 있는 퍼블릭체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8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제2회 이더리움 코리아 정책 세미나'에서는 국내 토큰증권 제도에 퍼블릭체인 활용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블록체인 업계와 정책 관계자 약 20명이 참석했으며 아드리안 리 이더리움 재단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 강유빈 논스클래식 대표, 매튜 도슨 이더리움 인스티튜셔널 공동창립자, 김현준 옵티미즘 엔지니어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아드리안 리 총괄은 최근 금융위가 공개한 토큰증권 로드맵이 프라이빗체인 중심으로 설계된 점에 주목했다.
리 총괄은 "한국의 STO 프레임워크에는 프라이빗체인에서만 해야 한다는 데 상당한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러한 접근을 취하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여기에도 항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프라이빗체인 중심의 토큰증권 인프라가 확산할 경우 '상호운용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 총괄은 "모두가 각자의 프라이빗체인을 구축한다면 이 시스템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며 "퍼블릭체인이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표준과 높은 보안성, 충분한 프라이버시를 갖춘 퍼블릭체인이 장기적으로 업계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면서도 "업계가 보다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 역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토큰증권 제도는 금융기관 등 제한된 참여자가 거래 기록을 검증하는 허가형 분산원장을 중심으로 제도 설계가 이뤄져 왔다. 반면 퍼블릭체인은 특정 기관의 허가 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어 국가와 금융기관, 서비스 간 자산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매튜 도슨 이더리움 인스티튜셔널 공동창립자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퍼블릭체인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슨 창립자는 JP모건을 사례로 들었다. JP모건은 이더리움 기술을 활용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쿼럼(Quorum)'을 개발하며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이후 퍼블릭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도 토큰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BUIDL은 시큐리타이즈와 함께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처음 출시된 뒤 다른 블록체인으로 범위를 넓혔다.
도슨 창립자는 "이더리움은 회복탄력성과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동, 유동성 때문에 검증된 출시 기반"이라며 "과거에는 토큰화 작업의 상당 부분을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들이 수행했지만, 이제는 거대 금융기관들이 기존 고객에게 직접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퍼블릭체인을 이용하면 금융기관이 규제에 필요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퍼블릭체인 위에서도 토큰화된 자산 자체에 별도의 통제장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슨 창립자는 "기관용 자산은 다르게 작동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며 "컴플라이언스 통제와 위험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기관용 자산을 퍼블릭 인프라 위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토큰화 로드맵이 미국·유럽과 다른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크립토 네이티브 자산 이후 초기 성장을 이끈 것이 스테이블코인이었고, 이를 통해 온체인 자산 거래에 필요한 현금 결제 수단이 만들어졌다"며 "이후 토큰화 자산과 MMF, 최근에는 토큰화 주식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이와 조금 반대 방향에서 시작하고 있다"며 MMF와 채권 등 전통 금융상품의 토큰화를 먼저 추진하는 국내 로드맵을 언급했다.
강유빈 논스클래식 대표도 "인터넷이 정보의 공공 인프라로 등장했다면 이더리움은 가치의 공공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퍼블릭체인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현준 옵티미즘 엔지니어도 토큰증권 사업자들이 사업을 검토할 때 기존 온체인 유동성과의 연결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엔지니어는 "현재 실물연계자산(RWA) 관련 유동성은 이더리움에 확실히 모이고 있다"며 "이미 자산과 자금이 많이 형성된 이더리움과 결국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큰증권 사업자 입장에서도 이더리움 레이어1과의 연결성과 근접성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미 유동성이 있는 곳에 상품을 발행하면 리스크를 낮추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퍼블릭체인을 이용한다고 해서 금융기관이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엔지니어는 "퍼블릭체인이라고 자신의 자산에 누가 접근하고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지를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스마트컨트랙트와 코드를 통해 권한 제어나 컴플라이언스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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