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미만 연체채권 '팔면 끝' 안 통한다…금융사 책임 강화
금감원,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
3000만원 미만 채권 매각시…원채권자 의무 대폭 강화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앞으로 금융회사가 3000만 원 미만 연체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채무자 보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채권을 사들인 업체가 불법 추심 등을 벌이는지 원채권 금융회사가 사후 점검하고, 위법 행위를 발견하면 시정을 요구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그동안 연체채권이 은행·카드사에서 저축은행·대부업체, 다시 영세 추심업체 등으로 반복 매각되는 과정에서 추심이 과도해지거나 음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채권을 최초로 취급한 금융회사의 책임을 매각 이후까지 연장해 기계적인 연체채권 매각과 불법 추심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금융협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안내했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오는 31일부터 내년 8월 30일까지 1년간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 핵심은 연체채권을 최초로 취급한 금융회사의 채무자 보호 책임을 채권 매각 이후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직접 보유하면서 추심하는 경우에는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라 엄격한 추심행위 규제를 적용받는다. 추심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경우에도 수탁 채권추심회사가 개인 채무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그 채권추심회사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등 강한 관리·감독책임을 부담한다.
반면 채권 자체를 제3자에게 매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채권자가 바뀌면서 원채권 금융회사의 채무자 보호 책임도 사실상 종료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연체채권을 계속 보유하며 관리·회수하는 것보다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관리 책임에서도 벗어나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은행·카드사→저축은행·대부업→영세 추심업자 등 연체채권이 반복 매각되면서 추심 주체 변경으로 채무자는 대출계약 당시에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강도의 추심에 노출되고, 신용평점이 하락하는 등 불이익에 처하는 문제가 있었다.
개정안은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원채권 금융사가 채권 매각 이후에도 고객 보호책임을 부담토록 해 반복적·기계적 매각을 억제하기로 했다.
대상 채권 금액은 '3000만 원 미만'으로 확정됐다. 앞으로 금융사는 3000만 원 미만 연체채권을 매각 후 채권 양수인의 위법 행위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시정 요구를 해야 하며, 해당 시정 요구를 한 날로부터 7일 이내 금융감독원장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
또 금융사는 채권 점검을 위해 필요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채권 양수인에게 △채권자 변동 정보 등록 여부 △양도채권의 최초 추심일 △주택 경매 예정 통지일 등 추심 위탁 현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금융사의 현황 점검 요구를 따라야 한다.
점검 주기는 원채권자의 자율에 맡겼다. 단 채권 양수인이 실시한 점검 결과를 단순히 통보받는 것은 제한하며, 점검 결과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함께 제공받아 확인해야만 한다.
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채권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매각 계약서에 '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 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하며, 원채권 금융사는 이런 시효 완성 의무를 점검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개정 전 가이드라인 형태로 먼저 시행에 나선 것"이라며 "개인채무자보호법상 채권 규모가 3000만 원 미만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또한 금액을 통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채권 매각 시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채권 매각할 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 시스템을 갖춘 업체를 선정할 경우 소규모 영세업체는 제외되는 만큼 추심업계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매각 이후에도 사후 관리·보고하고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채권 매각 업체를 선정할 때 시스템을 갖춘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며 "관리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채권 가격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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