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격적 집단대출 공급' 주문 동시에…"8~9월 집중 모니터링"

"가계대출 증가폭 본다"…은행권 "과당 경쟁 자제" 해석
강남 재건축도 '감정가' 대신 '분양가' 기준 유지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20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집단대출을 적극 공급하라고 주문하면서도 "8~9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이를 "공급은 늘리되 과당 경쟁은 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집단대출은 확대하되 대출 한도와 취급 기준은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유지하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총량 목표 재조정을 위해 은행권 여신 담당자들과 가진 실무회의에서 "8~9월 가계대출 증가 폭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이 "집단대출은 금융회사별 총량 목표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느냐"고 질의하자 금융당국은 "그렇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향후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메시지를 집단대출 공급 확대 자체는 허용하지만 은행 간 과당 경쟁이나 필요 이상의 대출 확대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특정 은행으로 집단대출 수요가 몰리거나, 실제 잔금보다 과도한 대출이 집행될 경우 향후 총량 관리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적극 공급하라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증가 폭을 계속 보겠다는 말도 함께 나온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영업 경쟁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적정 수준에서 균형 있게 공급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은 특정 단지에 비슷한 규모의 한도를 배정하고 있다.

다음 주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는 신한은행이 4000억 원, KB국민은행 3000억 원, 하나은행 3500억 원, NH농협은행 3000억 원 안팎의 한도를 각각 배정했다. 금리 역시 큰 차이가 없어 특정 은행으로 대출이 집중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은행권은 대출 한도 산정 방식에서도 기존보다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실무회의에서 은행들은 분양가와 감정가 가운데 어느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명확한 지침을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은 "은행 자율"이라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입주 시점 감정가 대신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에이치방배다. 전용면적 84㎡ 최고 분양가는 약 22억4000만 원인 반면 최근 입주권 거래가격은 39억3000만 원까지 올랐다.

감정가를 기준으로 LTV 50%를 적용하면 이론상 대출 가능 금액은 약 2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지만, 분양가 기준으로는 약 11억 원 수준에 그친다.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차주의 소득과 DSR, 기존 부채 등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5대 은행은 모두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가운데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잔금대출 한도를 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확대를 주문한 이후에도 이 기준은 유지되고 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