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해해달라"는 금융위…청년 정책, 선의만으론 성공 못 한다
비아파트 겨냥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청년이 원하는 주거와는 거리
정책은 의도 아닌 결과로 평가받아야…청년의 냉소도 들여다봐야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의 수요를 고려한 상품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희화화되거나 조롱거리처럼 소비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설명하던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정책을 만든 사람으로서 온라인의 냉소적인 반응이 안타깝다는 취지였다. 실제 금융위도 이 상품을 청년 주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대책이라기보다 틈새와 사각지대의 수요를 겨냥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청년이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할 때 최대 80%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비싼 월세 대신 원리금을 내며 자가를 마련하고 이후 더 나은 주거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이를 청년 주거 '징검다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설명을 들을수록 쓴맛이 남는다. 의도가 왜곡되고 있다며 정책을 만든 정부가 청년들에게 "이해해달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은 정책을 평가할 때는 처음 품은 의도가 아닌 실제 나타난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라도 정책 대상 집단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들여다보고 설득해야 한다. 선의가 정책의 성패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둘러싼 비판은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주거와 정책이 겨냥한 주택 사이의 간극에서 시작됐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의 아파트 선호도는 80%에 육박하고 지난해 청년층 보금자리론 이용액의 97%가 아파트 구입에 활용됐지만 이번 상품의 대상은 오직 비아파트다.
비아파트는 환금성이 낮고 가격 방어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전세사기 사태를 겪으며 청년층의 불안감도 커졌다. 수도권의 재개발 예정 빌라를 구입해 조합원 자격으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 가능성을 모든 청년에게 '징검다리'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국 정부가 놓은 징검다리와 청년이 필요한 징검다리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셈이다.
물론 정부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최근 청년층이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첫 집 마련에 나서면서 해당 지역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 재계약 대신 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로 성북·도봉 등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정부는 청년 대출 지원을 아파트까지 확대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을 위한 주거정책은 시급하지만 동시에 집값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는 정책적 딜레마가 이번 상품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청년들에게 정책의 선의를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한계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금융위는 온라인의 조롱과 냉소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반응이 왜 나오는지부터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냉소는 정책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현실과 정책 사이에 놓인 간극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일 수도 있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동의가 필요하고 국민 동의를 받는 방법은 설득뿐이다. 청년이 정부를 이해해 줄 의무는 없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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