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계약했는데 대출 막혀"…李 보완책 지시에 해법 찾는 금융위
李대통령 "경계 그을 때 상처 입는 사람들 최소화할 필요 있다"
은행 '대출 조이기'에 잔금대출 차질…실수요자 보호책 검토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규제로 아파트 잔금대출이 막히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책 마련을 주문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부동산 대책에 담을 실수요자 지원 방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실거주 목적 주택 계약자 문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토론회에서는 수원의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가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이 계약자는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았지만 최근 은행별 대출 한도 축소로 잔금대출이 막히면서 입주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관련 사안을 점검해 볼 것을 지시하며 "이미 확정된 계약을 믿고 진행했는데 사후에 정책을 변경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며 "경계를 그을 때 상처 입는 사람들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하다 보니 개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더 조이면서 원래 나갈 수 있었던 대출까지 막히는 부분이 있다"며 "은행권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총량 관리 강화로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이미 초과해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은행들은 신규 대출 취급을 막거나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고 IBK기업은행의 경우 다음 달부터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입주 사업장 집단대출 접수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상호금융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새마을금고·농협·신협은 지난해 총량 관리 실패 여파로 올해 대출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집단대출 잔액은 총 38조 15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6% 증가한 수치다. 상호금융권은 연말까지 대출 영업을 제한하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정부가 마련한 국민 의견수렴 창구인 '부동산토론회.kr'에도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21일 오후 기준 주택금융 분야에만 2000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으며 계약금을 날릴 처지라는 호소부터 은행들의 대출 한도 축소를 재검토해 달라는 요구까지 다양한 민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를 위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대출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과 공급, 수요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제도를 보다 단순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잔금대출 등 주요 쟁점을 놓고 관계 부처와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실수요자 보호 방안은 보완하되 투기 수요 차단 기조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달 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체적인 조율을 거쳐 이달 중 있을 부동산 대책 발표에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bc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