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보고 다음날 김어준 찾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대통령 업무보고 했기 때문에 홍보 차원서 출연"
李 "B2C 기관으로 바뀌어야"…"금융수장이 특정 성향 유튜브 출연 맞나" 지적도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마친 다음 날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부 금융정책을 직접 설명했다.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정부 경제정책을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설명하는 형식이 되면서 정책 홍보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의 행보로는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16일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핵심 추진 과제인 포용금융과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문제 등 전날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데 이어 최근에는 취임 1주년 성과 홍보를 위해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도 출연한 바 있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행자인 김어준 씨도 이 위원장의 출연을 의외라는 반응으로 받아들였다. 김 씨는 "금융위원장은 안 나올 줄 알았다"며 "금융위는 뻗대는 곳이라 그랬는데 나온다고 해서"라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전날 업무보고도 했기 때문에 홍보 차원"이라고 답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출연이 정책 홍보 차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출연) 제안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는데 이번에 수락하게 됐다"며 "업무보고를 마치고 정책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특정 채널을 선택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금융위원회의 역할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는 B2B 기관에서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B2C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얘기한다"며 "금융은 국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인 만큼 항상 국민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금융위는 딱딱하고 권위적이며 최고경영자(CEO) 정도나 만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이미지였는데 주민센터 같다"고 하자, 이 위원장은 "일 잘하고 따뜻한 금융"이라고 답했다.
이번 출연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이어 정부 경제정책 책임자가 같은 채널을 통해 정책을 설명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김 실장은 지난달 26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설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이어 금융위원장까지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같은 채널을 통해 정부 정책을 설명하면서, 정부가 공식 브리핑뿐 아니라 지지층 접근성이 높은 유튜브 플랫폼을 정책 홍보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모앵새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류덕현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뉴스공장에 출연해 주요 정책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부 정책을 특정 정치 성향의 시청층이 많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과 금융회사를 감독·조정하는 정책 책임자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과 시장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라는 점에서 정책 홍보 창구 선택에도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의 출연 이후 일부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금융위원장이 특정 성향의 개인 유튜브에 왜 출연하느냐", "정부 정책 설명과 정치 홍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이어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공장은 여권 지지층에 대한 정책 전달력이 큰 채널"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정책을 담당하는 장관급 인사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포용금융 정책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채무조정과 개인회생 제도를 언급하며 "끝까지 채무자를 쫓기보다 경제활동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연체 초기 단계에서 이자 감면과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는 조기 채무조정 제도를 항구화하겠다는 방침도 소개했다.
최근 논란이 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서는 "보완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겠다"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함께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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