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고 대출 막히고 금리 부담까지…청년 내집마련 '삼중고'
은행권, 정부 규제에 '대출 조이기' 속도…KB 주담대 한도 '반토막'
서울 아파트 중위가 12.5억…정책대출 기준 현실화 필요성 제기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청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집값은 치솟고 대출 문턱은 높아진 데다 금리 부담까지 커지면서 '내 집 마련 삼중고'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집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청년층의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맞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축소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 조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대출 모집법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했고, 우리은행은 상반기 포용금융 차원에서 제공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대출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대출 문턱은 좁아졌지만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KB부동산이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지난달 기준 12억 55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11억 2000만 원) 대비 1억 3500만 원 오른 수치다.
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7%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 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청년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전월세 부담에서 벗어나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절박한 목소리가 정부에도 전달되고 있다"며 "6억 원이라는 한도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한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5일 금융을 주제로 부동산 토론회를 열고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다. 오는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종합 토론회도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지원은 필요하지만 시장 불안을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대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기자본을 일정 수준 갖춘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층에만 지원을 집중할 경우 다른 무주택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정책대출 지원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청년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대출 한도를 일부 확대하고 저리 정책금융을 강화하는 등 소득 수준에 맞춘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다시 완화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지는 만큼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 일부 완화와 정책금융 대상 주택 가격 기준 현실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책대출은 디딤돌대출 5억 원, 보금자리론 6억 원 이하 주택 기준을 유지해 현실 반영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한도 확대나 정책대출 기준 상향과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은 없다"며 "공개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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