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내대출' 첫 가이드라인 꺼낸 금융위…"삼성전자처럼 하라"

삼성전자 사례 토대로 5대 관리원칙 사실상 제시…규제 대신 자율관리 유도
DSR·LTV 적용 안 받는 사내대출 논란…금융위 "기업 스스로 관리해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캠퍼스2026.6.23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김도엽 기자 = 금융당국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의 사내대출에 대해 사실상 첫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자율적 관리를 주문한 메시지를 이례적으로 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내대출을 직접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지만 저금리 사내대출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삼성전자 사례를 사실상의 표준모델로 제시하며 기업들의 자율적인 관리 강화를 유도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신진창 사무처장을 주재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사내대출 자율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계부채 점검회의는 금융위를 비롯해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이 참석한다. 통상 금융권 가계대출 관리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에서 규제 대상이 아닌 대기업 사내대출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주택 구입 시 사내대출 한도를 최대 5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연 1.5%의 낮은 금리인데다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과 LTV(담보인정비율) 등 금융 규제가 적용받지 않는 '대출 사각지대'로 여겨지며 동탄 등 규제 지역의 집값 상승을 다시 자극한다는 문제 의식이 잇따랐다.

곧 임금협상 시즌에 돌입하는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주택 구입 자금을 현재 1억 원 규모에서 최대 5억 원으로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지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대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직원들이 저금리 사내대출 혜택까지 누리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주담대 문턱을 높인 상황에서 사실상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와 관련,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공익을 위해 사내대출 관련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사적 대출을 가계대출 규제 영역으로 끌어들이기는 부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사내대출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대기업에 자율 관리를 당부했다.

신 처장은 "사내대출에 대해 가계대출 규제를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과도한 사내대출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며 "기업들의 자율적인 관리 노력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내대출 운영 과정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을 담보가액의 110~120% 수준으로 설정하고,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만 지원 대상으로 제한했다. 이 경우 은행이 이미 선순위 담보를 설정한 만큼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져 과도한 레버리지를 막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직원이 시세 10억 원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은행 주담대를 받으면 LTV 40%가 적용돼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사내 대출 5억 원 지원을 받으면 이미 6억 원의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은행 주담대를 추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금융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1순위 근저당권 설정 △원리금 분할상환 △다주택자 취급 제한 △고가주택 제한 △주택 면적 제한(전용면적 85㎡ 이하) 등을 사실상 기업 사내대출의 첫 관리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향후 사내대출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참고해야 할 최소 관리기준을 금융당국이 처음 공개한 셈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사내대출을 직접 규제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 매수 심리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삼성전자 사례를 기준으로, 대기업에 사내대출 시행 시 최소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