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못 구한 기업 몰렸다…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상담 폭주'
1일 기업승계 MOU 체결 기업 556건에서 1000건으로 약 2배↑
후계자 없는 중소기업 67만개…이중과세 '걸림돌' 제도 개선 필요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출범시킨 기업승계지원센터에 중소·중견기업들의 상담 신청이 몰리고 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한 기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기업승계가 새로운 금융 수요로 떠오르면서다.
26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기업승계지원센터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기업은 최근 1000곳을 넘어섰다. 지난 1일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 당시 556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달도 안돼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상담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간담회 이후 한 달간 유입된 신규 상담은 센터 출범 후 4개월간 확보한 실적에 맞먹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간담회 후 기사를 보고 연락해 오는 기업들이 매우 많다"며 "현재 상담 접수도 수백 건이 넘었고 전문가들이 직접 진행하는 컨설팅은 이미 몇 개월 치가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수요도 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이었던 상담 신청이 최근 충청권과 경남권 등 지방으로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방에서도 꾸준히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요 증가는 국내 중소기업의 고령화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최고경영자(CEO)를 둔 중소기업은 약 236만개로, 이 중 후계자가 없는 비율은 28.6%에 달한다. 이를 적용하면 약 67만 5000개 중소기업이 승계 공백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으로 한정해도 약 5만 6000개 기업이 후계자 없이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제조업 중소기업 60세 이상 CEO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4년 기준 44.8%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2월 금융권 최초로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출범시키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과 협력해 회계·세무·법률·인수합병(M&A)을 아우르는 원스톱 승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5년간 2500개 이상의 기업에 맞춤형 승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3조원 규모 금융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단순한 가업승계를 넘어 고용과 기술, 공급망을 유지하는 '생산적 기업승계'를 새로운 기업금융 영역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도 중소기업 승계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M&A를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기반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상반기 입법 완료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중기부나 중기중앙회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된 단계는 아니다. 우리은행은 아직 공식적인 업무협약이나 공동 사업 추진 계획은 없지만 향후 기업승계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저변 확대를 위해 관련 기관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경영진 인수(MBO)와 종업원 인수(EBO)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임직원이 기업을 인수할 때 이중과세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어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삼일회계법인과 관련 개선 방안을 공동 연구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업승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아직 잘 모르는 기업들이 많은 만큼 인식 확산이 우선 과제"라며 "향후 관련 기관들과 연계한 사업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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