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죄는데 삼성은 연 1.5%로 5억, 금감원장 "마음 같아서야…"

높은 성과급에 '규제 무풍' 5억 대출까지 복지 양극화 심화
"자본주의 한계"…사적 대출까지 규제하면 또 다른 논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6.22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공익을 위해 사내대출 관련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기업 복지제도로 운영되는 최대 5억 원 규모의 사내대출 관련, 공익을 위해 규제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사내대출은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나 총량 규제 등을 적용받지 않다 보니, 사내대출을 활용한 주택담보대출이 대출 규제 우회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원장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월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주택 구입 시 사내대출 한도를 최대 5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지원 대상은 무주택자이거나 현재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의 1주택자로 금리는 연 1.5%다.

현재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가 4~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특히 내부 재원을 활용하는 구조인 만큼 DSR과 LTV(담보인정비율) 등 금융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곧 임금협상 시즌에 돌입하는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주택 구입 자금을 현재 1억 원 규모에서 최대 5억 원으로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직원들이 저금리 사내대출 혜택까지 누리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주담대 문턱을 높인 상황에서 사실상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일단 자율 규제로 선순위 근저당을 110~120%로 설정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직원이 시세 10억 원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은행 주담대를 받으면 LTV 40%가 적용돼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사내 대출 5억 원 지원을 받으면 이미 6억 원의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은행 주담대를 추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대출 대상을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일차적으론 자체적으로 (사내대출을) 관리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기업복지 영역을 금융 DSR 시스템 연계할 수 있나 고민이 있었다. 마음 같아서야 하고 싶지만, 자본주의 시대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담보를 확보할 때 저당권을 설정하면 DSR에 일정 부분 기술적으로 편입할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금융위원회가 조심스러운 입장이더라"며 "금감원이 나서서 주도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고 했다.

금융위는 금융규제의 본래 취지가 '금융기관이 업으로서 취급하는 대출의 건전성을 관리하고 차주의 상환 능력을 검증'하는 데 있기 때문에 기업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사내대출을 같은 선상에 놓고 규제하기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내대출 관련 걱정은 되지만, 금융기관이 대출해 준 것도 아니고 사적인 영역이다"며 "사적으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규제 영역으로 끌어들이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