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포용금융은 온정 아닌 구조개혁"…신용평가·채무조정 판 바꾼다

"포용이 합리적 선택 되도록 금융 규칙 다시 짜야"
"이번 추진단은 달라야...정책은 밀실 아닌 현장서 단단해져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14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7일 "포용금융은 온정적 구호가 아닌 금융의 품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포용금융이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닌 금융시스템의 구조개혁 과제라며 신용평가·대출구조·채무조정 등 금융시스템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19층 대강당에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를 주재하며 "포용금융은 일회성 민생대책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구조개혁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왜 국민들이 제도권 금융의 문턱 앞에서 돌아서게 되는지, 왜 한 번의 연체가 장기 연체로 이어지는지 그 구조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에서 배제되는 구조를 줄이고 정책서민금융을 통해 신용을 쌓아 제도권 금융으로 연결되는 도약의 경로를 만드는 구조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용금융은 금융의 원칙을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이 더 정확하게 평가하고, 더 일찍 조정하며, 더 낮은 사회적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길"이라며 "좋은 리스크 관리는 위험을 더 잘 식별하고 회복 가능성을 더 정교하게 평가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배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위험을 줄이는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으나 모든 금융회사가 안전한 고객만 선택한다면 전체 금융시스템에 자금공급의 공백이 생기고 결국 금융시스템 전체가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된다"며 "이제는 회피가 아니라 포용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금융의 규칙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기존 TF와는 달라야"

이 위원장은 금융위의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통해 과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마련해 실제 제도개선까지 연결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추진단은 기존 TF와 달라야 한다"며 "정책은 밀실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질문과 비판 속에서 단단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운영 원칙으로 △더 넓게 듣고 △더 깊게 보고 △더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재야 전문가·시민단체·현장 실무자·금융회사·활동가·연구기관까지 폭넓게 참여시켜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추진단은 개별 상품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신용평가·자금중개·금융회사 인센티브·서민금융기관 역할·데이터와 AI 활용·채무조정 등 금융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중동상황 피해업종(해운) 관련 산업-금융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1 ⓒ 뉴스1 이광호 기자
"기존 신용평가 방식 벗어나 상환능력 반영해야"

이날 토론회에는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함께 롤링주빌리, 신나는조합 등 현장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민간 발제는 금융의 공적 역할 재정립 및 서민금융정책에 대한 제언과 금융산업의 포용적 재설계 등 2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서는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많았다. 참석자들은 기존 금융 이력과 현재 행태에만 의존하는 신용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상환능력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포용금융 확대의 가장 큰 제약으로 중·저신용 차주 중심의 높은 연체율을 지적하며 출연료 감면 등 인센티브 확대와 대안신용평가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현장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이달 중 분과 첫 회의를 개최하고 논의 과제, 운영 방향 및 일정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검토가 마무리되는 과제는 순서대로 현재 운영 중인 포용금융 대전환 회의에 올려 정책화하고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과제발굴, 대안 마련, 제도개선까지 논의 과정 전체를 공개해 국민과 시장이 함께 지켜보고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명섭 기자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