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교토삼굴'과 '리스크 관리'의 지혜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인생의 오후에 접어들어 리스크에 빠지면 피해가 크다. 젊을 때는 충격에서 회복할 시간이 있지만 나이 들어서는 회복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급적 그런 리스크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총알의 방향은 예측하기 어렵기에 참호를 파고 숨어 있어야 하듯이, 리스크 관리는 예측이 아닌 방어의 영역이다.
중국 '전국책'에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꾀 많은 토끼는 숨을 굴을 세 개 파 놓는다'는 뜻으로, 위기를 피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둬야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여기에는 리스크 관리 방법의 두 가지 지혜가 담겨 있다.
첫째는 옵션이다. 굴을 하나 더 파는 데 비용이 들지만, 이 굴은 옵션을 준다. 다른 굴이 막혔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옵션은 권리다. 권리를 사는 데는 비용이 든다. 예를 들어보자. 한 학생이 A, B 두 대학교에 원서를 넣었는데 원하는 곳 A는 떨어지고 B에 합격했다. 그 학생은 3가지 전략이 있다. ① B 대학에 다닌다. ② 재수를 한다. ③ B 대학에 등록해 놓고 재수를 한다. 합리적인 전략은 3번째다. 2번째 전략처럼 B 대학도 등록하지 않고 재수를 하게 되면 내년에 시험을 더 잘 본다는 보장이 없다. 거기에다 정시 입시의 변수들이 난무한다. 따라서 B 대학에 등록금을 내고 내년에 B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권리를 사 놓은 다음 재수를 하는 것이다.
권리는 이점이 있다. 옵션은 보험의 한 형태여서 삶이 불확실해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옵션을 갖고 있으면 더 위험한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의욕이 생긴다. 위의 예에서, 그 학생은 내년에 시험을 보고 최소한 B 대학 이상의 학교에 배짱 지원을 할 수 있다. 옵션이 없으면 재수를 한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옵션이 있으면 모험을 감행할 수 있다. 그래서 옵션을 보유했을 때 얻는 진짜 보상은 옵션 덕분에 가능해지는 모험, 즉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동이다.
은퇴 자산관리를 할 때 확정적인 종신연금은 최악의 경우에 대한 하한선을 만들어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을 때까지 정해진 연금액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머지 자산의 은퇴 자산관리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종신연금으로 생활하면 된다. 이처럼 종신연금의 부차적인 기능은 나머지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답답해 보여도 종신연금을 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분산이다. 토끼는 훌륭한 굴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3개의 굴로 분산했다. 사실 결혼을 할 때 분산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두 명의 남성이 모두 장단점이 있어 여성이 선택하기 곤란하면 두 명과 결혼하면 된다. 다만 제도가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그만큼 고민도 많이 한다. 결혼은 분산할 수 없지만 자산관리는 분산할 수 있다. 금융에서 분산은 공짜 점심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자산관리를 할 때는 분산이 필수이다. 주식, 부동산, 채권으로 분산하고 우리나라, 미국 등 글로벌 지역으로도 분산해야 한다. 심지어 통화도 원화뿐만 아니라 여러 기축 통화로 분산해야 한다. 심지어 국적을 분산하는 사람들도 있다.
투자만이 아니다. 베풀기도 해야 한다. 구약성경 전도서에는 '일곱에게나 여덟에게 나눠 줄지어다. 무슨 재앙이 땅에 임할는지 네가 알지 못함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재산을 여러 곳에 나눠 두고, 베풀고, 위험을 분산하라는 삶의 지혜를 말하고 있다. 유대교의 전통에는 경제적 투자뿐만 아니라 자선, 베풂, 선행도 들어 있다. 교토삼굴의 고사에서 풍훤은 맹상군에게 돈을 빌린 사람들의 차용증을 모두 태운다. 맹상군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나중에 맹상군에게 도움이 돼 돌아온다.
사람을 사귈 때도 비슷한 사람끼리 교류하려는 욕구가 일반적인 사회적 본능이지만 이러한 본능에 대해 금융의 분산 원리는 반대한다. 금융은 우리를 다름에 노출하라고 한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나중에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면 우리의 시야가 넓어진다.
교토삼굴에서 풍훤은 맹상군에게 '세 개의 굴이 완성됐으니 베개를 높이 베고 즐거움을 누리라'고 말한다. 옵션과 분산은 인생 오후에 베개를 높이 베고 즐거움을 누리게 해 줄 리스크 관리의 지혜다.
opini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인생 오후로 가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독자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적 선택의 기술을 '욜로은퇴 시즌3'으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