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포용금융 위축될라"…은행 ELS 과징금 1.4조→6000억으로

'불완전판매' 엄중 책임보다 '생산적·포용금융' 동력 방점
은행권 이미 1.3조 자율배상…금융위 최종 판단만 남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2026.2.5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한병찬 기자 =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불완전판매한 주요 은행 5곳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6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감경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엄격히 적용해 불완전판매에 대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조 단위 과징금 폭탄이 투하될 경우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기조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오전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홍콩 ELS 판매 은행 5곳에 대한 합산 과징금 규모를 6000억 원 수준으로 의결했다.

금감원이 산정했던 과징금은 4조 원 규모였으나 1차 제재심에서 2조 원으로 줄었고, 지난 2월 3차 제재심을 거쳐 1조 4000억 원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로 금융위원회에 넘겼다.

당시 금감원에서는 과징금이 1조 원 미만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위에 최종 판단을 넘겼다.

5개 은행이 ELS 불완전판매 관련 손실액의 96% 이상인 약 1조 3000억 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했기 때문에 '이중 제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기에 1조 4000억 원대 과징금을 확정할 경우 은행권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정부 핵심 정책인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은행은 불완전판매 과징금이 확정되면 해당 금액의 약 6~7배를 위험가중자산(RWA) 운영리스크에 수년간 반영해야 해 대출·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를 감안해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금융위가 1조 4000억 원에서 절반 이상을 낮춰 최종 과징금을 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금융위는 석 달이 넘는 숙고 끝에 공을 다시 금감원으로 넘겼다.

'소비자 보호'가 정부 금융정책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데, 감경 폭이 커질 경우 '봐주기식 제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묘수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에 안건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지난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관련 제재 조치안을 보완 요구한 이후 8년 만이다.

금감원으로 다시 돌아온 ELS 제재안은 약 3주간 검토를 거쳐 이날 오전 6000억 원으로 감경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내에서는 여전히 불완전판매의 위법성을 '중'으로 판단하지만 금융위의 보완 요청이 있었고, 금소법 시행 초기의 대규모 위반인 점과 은행권 자율배상 노력을 많이 유도해야 하는 측면 등을 감안해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다시 내린 결론은 향후 금융위 안건심사 소위원회와 정례회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ELS 과징금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번째 대규모 제재이고, 다수의 금융기관이 관련된 사안으로 향후 유사 사례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며 "조치안이 보완돼서 오는 대로 신속히 검토해 처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