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과잉 추심업체 진입장벽 높인다…911개사→30개사로 재편

매입채권추심업 상위 30개사 잔액 전체의 86%…허가제로 전환
기존 업자는 3년 유예기간…금전대부업·대부중개업 겸업은 즉시 금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금융위원회가 매입채권추심업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매입채권추심업 상위 30개 사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대폭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5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허가제 전환에 나선 배경은 낮은 진입장벽 아래 형성된 장기·과잉 추심 관행 때문이다. 영세업체가 난립하면서 불필요한 경쟁이 유발되고 연체채권 가격이 오르면 추심 강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취약 채무자에 대한 장기·과잉 추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채권추심은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이지만 사회적으로 수인 될 수 없는 방식으로 채무자에게 장기간 과도한 부담과 고통을 준다면 더 이상 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에 등록된 매입채권추심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911개 사에 달한다. 이 중 매입 연체채권을 실제 보유한 업자는 498개 사(55%)이며 연체채권을 100건 이상 보유한 업자는 177개 사다. 상위 30개 사의 보유 잔액 비중은 전체의 86%에 달해 이미 시장은 소수 대형사 중심으로 집중돼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5년간 연평균 23개 사를 검사해 왔는데 911개 전체 업체를 검사하려면 40년이 걸리는 구조여서 실효적인 감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형준 금융위 가계금융과장은 "지금도 상위 30개 사 중심의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허가 신청이 들어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재 911개 사 규모의 시장이 20~30개 사 수준으로 압축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금융위는 △규제차익 해소 △전문화 및 채무자보호 강화 △기존 업체의 연착륙 유도 등 3가지 측면에서 허가제로 전환을 추진한다.

먼저 채권추심업 수준의 허가 요건을 도입해 규제 차익을 해소하고 실효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채무자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자기 채권 추심이라는 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인적·물적 요건은 보다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진입 요건이 강화된다. 현행 등록 요건은 법인, 자기자본 5억 원, 고정사업장,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 요건 정도에 불과해 사실상 진입 장벽이 없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50% 이상을 출자 △자본금 30억 원 △타당하고 건전한 사업계획 △대주주 요건 △전문성 등을 허가 요건으로 도입한다.

인적·물적 요건도 강화된다. 변호사 등 전문인력 5인 이상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고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도 높은 적격성을 갖춰야 한다. 다수 채무자의 민감한 연체정보를 대량으로 다루는 만큼 전산보안설비 요건도 대폭 높아진다. 평균 임직원이 6명 수준인 현재 영세업체들로선 이 요건 자체가 높은 장벽이 될 전망이다.

기존 매입채권추심업자에 대해서는 법 시행일로부터 3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이 기간 기존 매입채권추심업자의 경우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환 계획이 없는 기존 업자에 대해서는 법시행 후 6개월 내 보유채권 매각·소각 등 정리 계획을 제출해 질서 있는 퇴출을 유도할 예정이다.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금전대부업과 대부중개업 겸업은 즉시 금지된다. 채권추심업과 매입채권추심업간 이원화 체계를 당분간 유지함에 따라 채권추심업자의 채권매입추심업 겸영도 불가능하다. 다만 NPL유동화업무 등 매입채권추심업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거나 부대 되는 업무는 허용한다.

임 과장은 "여신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갖고 추심 과정에서 활용할 우려가 있다"며 "연체채권을 샀는데 대출을 받아서 상환하라고 해서 연체채권을 정상 채권으로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정리 과정에서 큰 반발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업계 간담회 등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8월 대부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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