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안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두나무 1조 투자로 판 흔든다

하나은행, 두나무 지분 6.55% 확보…4대 주주로 올라서
은행권 디지털자산 투자 최대 규모…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쟁 참전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모습. (하나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4 ⓒ 뉴스1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이대로는 안 된다. 증시 활황 등 우호적인 시장 상황에도 그룹 비은행 부문의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은행도, 비은행도 이대로는 안 된다며 '판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대표적인 예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꼽았는데, 하나금융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플랫폼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 1조원 어치를 사들이며 실제 판 흔들기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15일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 이사회 의결을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228만 4000주)를 약 1조 33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중은행이 단일 디지털자산 기업에 투자한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투자는 하나금융 역사에도 한 획을 긋는 딜이다. 하나은행의 단일 지분 투자로는 지난 2019년 11월 베트남 국영은행 BIDV 지분 15%를 약 1조 148억 원에 취득한 이후 약 6년 만의 최대 규모다. 함 회장 재임 기간으로 좁히면 역대 최대 규모 투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존재감 없는 '비은행' 부문이 아픈 손가락이었다.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2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지만, 이 중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돈다. 비은행 부문 비중은 18%로 지난해 말(12.1%)보다 소폭 확대됐지만 KB,신한 등 경쟁 지주사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투자가 전략적 협업의 확장 및 연장선상이라며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함 회장은 "이번 지분투자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했다.

양사의 협력은 이미 지난해부터 물밑에서 이어져 왔다.

업비트는 2024년 11월, 실명 인증 수단으로 '하나인증서'를 금융권 인증서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다. 하나인증서는 하나은행 계좌 보유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선 의미로 해석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업비트의 실명계좌 제휴 은행이 케이뱅크 에서 하나은행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실제로 업비트는 2024년 10월 케이뱅크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계약을 재체결하면서도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짧게 설정했다. 당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업비트가 인터넷은행보다 대형 시중은행과 손잡을 가능성이 거론됐던 배경이다. 다만 이후 케이뱅크와의 계약은 다시 1년 연장되며 실명계좌 파트너 교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대신 하나은행과 두나무는 다른 방향에서 협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기와체인(GIWA Chain)'을 활용한 해외송금 기술 검증(PoC)을 추진했고, 올해 2월에는 기존 SWIFT 체계를 대체하는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지난달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까지 합류해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실제 서비스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열린 포스코인터내셔널·두나무·하나금융그룹 전략적 제휴 체결식에서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29 ⓒ 뉴스1

이번 투자의 배경에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둘러싼 제도적·산업적 변화도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우선 규제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심사 시에 대주주 적격성과 재무 건전성 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의 '15%룰'을 참고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돼 왔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대형 금융회사가 주요 주주로 참여할 경우 두나무 입장에서도 지배구조 안정성과 대외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지분 거래로 두나무 주주 구도도 재편된다.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이 지난해 말 기준 각각 최대 주주와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 가운데, 기존 10.58% 지분을 보유했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대신 하나은행은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단숨에 4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양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결제 생태계 구축부터 하나금융의 글로벌 네크워크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결합한 해외 디지털자산 시장 공동 진출, 펀드·연금·신탁 등 디지털자산 기반 자산관리(WM) 서비스 개발까지 폭넓은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두나무가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라는 점도 변수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과할 경우 업비트·하나금융·네이버를 연결하는 초대형 디지털 금융 연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일 오후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오른쪽)과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4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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