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한마디에 11만명 '23년 빚 족쇄' 푼다…상록수 청산 수순

금융위, 주주사 9곳 긴급 소집…보유 채권 일괄 매각 합의
금융위, 유사 유동화회사 전수조사…대부업권 참여 유도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2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금융권이 공동 설립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가 23년 만에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도한 장기추심 문제를 전날 지적하자마자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이에 약 11만 명, 채권액 8450억 원 규모의 장기연체채무자에 대한 추심이 중단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12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상록수 주주사 9곳 전원을 정부서울청사에 긴급 소집했다. 회의에는 하나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금융사 6곳과 유에셋대부, 카노인베스트먼트, 나이스제삼차 등 대부업체 3곳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사원 전원은 상록수 보유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5000만 원 이하, 7년 이상 연체)을 최단시일 내 새도약기금에 일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대상 외 잔여 채권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캠코에 매각해 추심 행위를 종료하기로 했다.

상록수의 청산으로 약 11만 명(채권액 8450억)의 장기연체채무자가 장기 추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새도약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는 즉시 추심은 중단된다. 매입 채권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중 장애인연금 수령자, 보훈대상자 중 생활조정수당·생계지원 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의 채무는 별도 상환능력 심사 없이 소각된다.

이번 회의는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상록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직후 소집됐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카드대란 때 금융기관들은 정부 세금으로 도움을 받았는데 국민들의 연체채권을 아직도 추심하고 있다"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새도약기금을 통해 상록수의 채권 이관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상록수 정관상 채권 매각 등 주요 의사결정은 주주 전원의 만장일치 동의를 요구해 9개 주주사 중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채권을 이관할 수 없는 구조다.

주주사들이 채권 잔액이 없는 상태에서도 배당을 지속해서 수령해온 점도 이관을 지연시킨 배경으로 지목된다. 금융사들이 최근 5년간 수령한 배당금은 약 420억 원으로 전해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상록수가 새도약기금에 들어오도록 협조 요청과 공문을 발송해 왔지만, 여러 금융기관이 모여 만든 회사다 보니 주주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었다"며 "이익이 뒤에 자리 잡은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상록수와 유사하게 유동화회사 형태로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한 회사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장기연체채권을 대량 보유한 2금융권과 대부업권의 새도약기금 참여 확대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새도약기금은 금융권의 자발적 협약에 기반해 참여 기관이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을 사들이는 구조인데 대부업권 상위 30개 사(장기 연체채권 보유 기준) 중 새도약기금 협약 가입 업체는 13개 사에 불과하다.

대부업권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연체채권 6조 8000억 원 중 채무조정 채권을 제외한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채권은 약 4조 9000억 원이다. 전체 대상채권(16조 4000억 원)의 약 30%를 차지한다.

금융위는 장기연체채권을 대량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새도약기금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업계 간담회를 지속해서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발표한 '연체채권 관리 절차 개선 방안'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해서 보완·점검하는 등 포용금융 확대에 속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새도약기금은 총 16조 4000억 원 규모, 113만 4000명의 채무 감면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7조 7000억 원(약 60만 명)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으며, 지난달까지 1조 7591억 원의 사회 취약계층 장기 연체채권을 소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2 ⓒ 뉴스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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