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원시적 약탈금융" 지적에…금융권, 상록수 채권 정리 '잰걸음'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 추심 문제 직격…"당국 왜 부조리 발견 못했나"
신한카드 "20년 넘는 세월 차주 상황 헤아리지 못한 점 깊이 송구"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회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2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전준우 김도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추심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자 금융권이 일제히 채권 정리에 나섰다. 신한카드와 하나은행이 먼저 새도약기금 매각 방침을 밝혔고 우리카드·KB국민은행·IBK기업은행도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1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 채권이 정부의 새도약기금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관할 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요"라며 "아무리 돈이 최고라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 안의 우리 이웃인데 과유불급"이라고 꼬집었다.

상록수는 2003년 10월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금융권이 만든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다. 주요 주주는 신한카드(30%)를 비롯해 하나은행(10%), IBK기업은행(10%), 우리카드(10%), KB국민은행(5.3%), KB국민카드(4.7%) 등 제도권 금융사가 대부분이다. 나머지 30%는 대부업체 등 3곳이 나눠 갖고 있다.

이들 금융사는 새도약기금 협약사로 개별 등록해 있으면서도 상록수를 통해서는 참여를 회피해 왔다. 상록수 정관이 사원총회 결의를 전체 주주 만장일치로 규정하고 있어 9곳 주주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채권을 넘길 수 없는 구조다.

이 대통령의 지적 이후 금융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잇달아 채권 매각 의사를 밝혔다.

신한카드는 이날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채권 전액 매각을 결정했으며 앞으로 포용금융의 가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중 당행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을 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도 관련 절차를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도 상록수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카드대란 때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들이 정부 세금으로 도움을 받았는데 국민들의 연체채권을 아직도 악착같이 추심하고 있다"며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10배, 20배 이자가 늘어서 집안에 콩나물 한 개라도 팔아서 다 갚아야 한다. 이게 국민적 도덕 감정이 맞느냐"며 "필요하면 입법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상록수가 새도약기금에 들어오라고 협조 요청과 공문을 발송하고 있지만 여러 금융기관이 모여 만든 회사다 보니 주주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다"며 "이익이 뒤에 자리 잡은 측면이 있다. 주주사를 개별 접촉해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들에게 개별적으로 물어보면 다 참여할 것"이라며 "다양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2 ⓒ 뉴스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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