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 증시로 빠져나가는데…카뱅은 '모임통장'으로 웃었다

수신 중 모임통장 비중 16.7% 달해…1분기만에 9000억 늘어
이용자 1290만명 돌파…'AI 모임총무' 서비스 등 기능 고도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뱅크 본사의 모습. 2024.8.7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이 증시 활황 속 은행권 수신 이탈 흐름을 거스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단순 회비 관리 서비스를 넘어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저원가성 예금 확보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1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신 잔액(69조 3560억 원)의 16.7%에 달하는 규모다. 사실상 카카오뱅크 예금 6원 중 1원이 모임통장에 묶여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들어 수신 방어 역할이 두드러졌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68조 3240억 원) 대비 약 1조 원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모임통장 잔액만 9000억 원 늘었다. 정기 예·적금 만기가 몰리는 연초 특성과 증시 급등에 따른 ‘머니무브’ 환경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은 예금 이탈 압박을 받고 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4월 기준 8조 4117억 원 감소했다. 코스피가 지난해 4000선을 돌파한 뒤 최근 장중 7500선까지 치솟으면서 투자 대기 자금이 증시로 이동한 영향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모임통장 생태계’를 기반으로 요구불예금을 끌어모으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낮아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대표적인 ‘핵심 예금’이다. 특히 모임통장은 이용자들이 쉽게 이탈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카카오톡 기반 네트워크 효과도 강점이다. 모임원 초대와 회비 공유가 메신저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신규 고객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서비스 특성상 한 번 자리 잡으면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 어렵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모임통장 잔액은 △2022년 말 4조 7930억 원 △2023년 말 6조 3120억 원 △2024년 말 8조 4260억 원 △2025년 말 10조 7000억 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이용자 수도 지난해 말 1130만 명에서 올해 1분기 말 1290만 명까지 늘었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사용하는 셈이다.

초기에는 단순 회비 관리 서비스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사실상 ‘모임 기반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게시판 기능, 회비 규칙 설정, 생활비 관리, 모임 전용 체크카드에 이어 최근에는 AI 기능까지 접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모임총무’다. 이용자가 “이번 달 누가 회비 안 냈지”라고 물으면 총입금액과 미납자, 미납 인원, 납부 기한 등을 한 번에 정리해준다. 단순 입출금 조회를 넘어 기간별 소비 패턴과 지출 분석까지 제공하면서 기존 총무 역할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모임통장을 통해 단순 수신 확대를 넘어 장기 고객 락인(lock-in) 효과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 데이트통장·생활비통장·동호회 회비통장 등 일상 금융의 접점을 선점하면서 향후 투자·대출·결제 서비스로 확장할 기반까지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제휴 생태계 확대에도 나섰다. 지난 4월 출시한 ‘브랜드포켓’은 모임통장 고객이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하나투어와 협업한 ‘모임통장 하나투어포켓’을 운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인터넷은행 경쟁력이 높은 금리와 편의성에 있었다면 이제는 고객의 생활 패턴 자체를 플랫폼 안에 묶어두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은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성공한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 중 하나”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