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유언장 대신 노후자금 은행에 맡긴다…'유언대용신탁’ 5조 돌파

4대 은행 유언대용신탁 2024년 3조→4월 말 5조로 '쑥'
'치매머니' 방치 전 은행 신탁 계약…시니어들 '입소문'

서울 종로구 성균관컨벤션웨딩홀에서 종로구 주최로 열린 어르신 새 인연 찾기 행사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에서 참가 어르신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2026.4.2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종이 유언장 대신 은행에 자산을 맡기고 상속하는 ‘유언대용신탁’이 빠르게 확산되며 5조 원을 돌파했다. 한때 고액 자산가 중심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가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시니어 고객을 중심으로 대중화되는 흐름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5조 1836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까지만 해도 3조 원대이던 시장은 2025년 말 4조 5001억 원으로 4조 원을 훌쩍 넘겼고 올해 들어서도 1분기 말 4조 8045억 원, 4월 29일 기준 5조 1836억 원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유언대용신탁은 종이 유언장 대신 은행과 계약을 통해 자산을 상속하는 서비스다. 유언장 분실이나 보관의 위험을 줄이고, 자녀 간 상속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동안에는 유언대용신탁이 고액 자산가의 전용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하나은행을 필두로 가입 금액이 최소 1만 원부터 가능할 정도로 문턱이 낮아지면서 고령층 사이에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치매를 우려해 인지 능력이 저하되기 전에 본인 의사로 신탁 계약을 맺으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국내 치매 인구는 100만 명으로, 치매환자들이 보유한 이른바 '치매머니'는 170조 원으로 추산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은 고령 치매 인구 증가로 치매머니가 2050년에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나 488조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치매머니'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언대용신탁과 치매안심신탁에 가입할 시니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의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진 양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3일 정상혁 행장을 비롯한 21명의 임원진이 '신한 SOL메이트 유언대용신탁·치매안심신탁'에 앞장서 가입하며 시니어 고객의 자산관리와 자산승계 지원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고객에게 특화신탁 상품을 제안하기에 앞서 경영진이 먼저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의 의미와 필요성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KB국민은행은 치매 진단 전문기업과손잡고, AI인지 능력 검사 무료 서비스를 진행했다. 만 55세 이상 고객 중 치매 신탁 등 치매 관련 상품이나 유언대용신탁 등 상속 상담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뇌 건강 나이와 두뇌 에너지 수준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전반적으로 시니어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이고 있고, 유언대용신탁이 널리 알려지면서 가입하려는 니즈도 커졌다"고 전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