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퍼즐은 투자처"…'금고' 여는 은행의 속사정[성장엔진 금융]④
중동 피해기업 지원·생산적 금융 등 금융권 잇단 청구서
"생산적금융" 필요성 공감, '유망 투자처 발굴' 쉽지 않아
- 전준우 기자,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5대 금융 중동 피해기업 지원 '53조 원+α'.
생산적 금융 2030년까지 '508조 원'.
자본 규제 완화에 따른 '정책 추경' 은행 75조 원, 보험 24조 원.
중동 리스크 피해 기업의 유동성을 지키는 방패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는 성장 엔진 가동을 위한 금융권 청구서들이다.
금융권에서는 자금 흐름이 부동산·가계대출 중심에서 기업·산업 투자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생산적 금융의 성태가 결국 유망 기업 발굴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달렸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도 성장을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기업금융'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자금 공급을 해줄 유망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며 "니즈가 있는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영업 현장은 굉장히 치열하고 '금리 전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중소기업 육성 정책과 기업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생산적 금융'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최근 AI·바이오 등 '혜안'을 갖춘 외부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삼성전자와 SK온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변리사를 전문심사역으로, KB국민은행은 삼성 계열사 출신의 변리사와 바이오 분야 전문 심사역 등을 채용했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재무제표나 매출, 신용등급 위주로 기업여신 심사가 이뤄졌는데 기술이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선구안이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기업 금융'에서 포장지만 갈아 끼운 '생산적 금융'이 아니라, 실질적인 첨단 산업 육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RW(Risk Weight, 위험가중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생산적 금융'의 명확한 분류가 뒷받침돼야 은행권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AI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사실상 '물류 창고'로 분류돼 생산적 금융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모호하다"며 "이런 '그레이존'을 정부가 판단해 주면 은행들도 더 적극적으로 생산적 금융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권에서도 '생산적 금융' 유도를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를 환영하지만, 인프라·벤처 등 생산적 분야에서의 장기 투자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투자처가 있더라도 고위험 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도 변수다. 자산 규모가 큰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지만, 중소형 보험사는 투자 리스크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 수익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적 부문' 투자 확대 자체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이번 자본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의 위험계수를 낮춰 투자 부담을 줄였는데, 업계에서는 리스크가 큰 만큼 단계적인 세부 시행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해외 사례에 비춰 자금 흐름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도록 촘촘한 정책 유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융당국의 규제 합리화가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 회계상 여력 확대에 그칠지는 향후 단계 전환 과정에서 판가름 나고, 보험사의 투자 리스크 관리 역량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자본규제 합리화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소규모 시범 사업이나 공동펀드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성과와 리스크를 점검하면서 규제 보완과 투자 인프라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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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지고 있다. 금융은 중동 리스크라는 거친 파도 앞에서 기업의 유동성을 지키는 방패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는 성장 엔진으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일회성 처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