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쇼크 휘청이는 기업…금융위 앞장서 유동성 혈 뚫는다[성장엔진 금융]①
경제 위기 때마다 '급한 불' 끄는 구원 투수로 금융 역할 부각
대출·채권·투자 다각도 지원…석유화학-건설-철강 릴레이 간담회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 피해업종 산업-금융권 간담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의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석유화학 및 정유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위기감이 감돌았다.
현장의 목소리는 곧바로 정책에 반영됐다. 지난달 30일 첫 논의를 시작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유동성 확충 방안 논의에 착수했고, 약 열흘 뒤인 16일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인출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금융권 인사는 "유관 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업계의 애로사항과 필요한 자금의 성격을 정밀하게 파악한 덕분에 신속한 지원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경제 위기 때마다 금융 정책은 '급한 불'을 끄는 구원투수로 전면에 섰다. 국회 동의가 필수적인 재정 정책이나 미 연준(Fed) 등 대외 변수에 민감한 통화 정책에 비해, 금융 정책은 위기에 직면한 기업을 직접적이고 기민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도 비상경제회의의 1호 지시는 50조 원 규모의 '특단의 비상 금융 조치'였다.
이번 중동발 리스크 확산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며 정책금융 25조 6000억 원, 민간금융 53조 원 이상 등 총 80조 원 규모의 피해기업 우대 지원 프로그램을 즉시 가동했다.
자금 조달의 핵심인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도 마련했다. 중동 사태 피해를 본 중소·중견기업이 1년 내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차환할 경우, 상환 비율을 기존 10%에서 5%로 낮췄다. 후순위 인수 비율과 가산금리도 각각 최대 0.2%p, 0.13%p 인하해 기업의 부담을 덜었다.
오는 6월부터는 제도적 개선도 병행된다. 신용보증기금이 P-CBO를 직접 발행하도록 해 은행과 증권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줄이고, 이를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약 50bp(1bp=0.01%p) 낮출 계획이다.
아울러 1조 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활용해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철강, 이차전지 등 6대 주력산업의 사업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도 적극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중동 리스크로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을 시작으로 건설, 철강업계로 이어지는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갔다. 지난 8일에는 건설산업 관련 범정부 협력 강화를 위해 김민석 총리 주재로 금융위와 국토부, 업계가 머리를 맞댔고 지난 17일에는 철강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위원장은 철강업종 간담회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원자재 수급 차질과 에너지·물류비 증가, 여기에 미·EU의 관세 정책까지 더해지며 기업들이 복합적인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시한을 전격 연장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해 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산업계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산업계 수요에 따라 지원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정부에 손을 내미는 것은 채권 투자자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최후의 수단일 것"이라며 "정부가 특정 업종을 임의로 지정하기보다, 산업 부처나 관련 협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상시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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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지고 있다. 금융은 중동 리스크라는 거친 파도 앞에서 기업의 유동성을 지키는 방패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는 성장 엔진으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일회성 처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