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규제 풀어 98.7조 푼다…'정책 추경' 승부수(종합)

제5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 개최…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
이억원 위원장 "일종의 정책 추경조치…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6.4.16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과 보험업권의 자본규제를 전면 손질해 최대 98조 7000억 원의 추가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한다. 중동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자금 흐름을 부동산·가계대출에서 첨단·미래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16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5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보험업권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중동발 위기 극복은 물론 전쟁 후 산업구조 재편 대응과 전략산업 육성을 과감히 추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이번 조치는 일종의 '정책 추경 조치'인 만큼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의 마중물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라며 "금융권도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함으로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은행권 74.5조…운영리스크 합리화·외환포지션 확대

은행권에서는 △운영리스크 손실인식 합리화 △구조적 외환포지션 확대 △내부신용평가모형 개선 등 세 가지 조치를 통해 최대 74조 5000억 원의 추가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한다.

우선 재발 우려가 낮은 대규모 손실 사건은 3년 이상 운영리스크로 인식한 경우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충분한 보상 완료, 잔여 법률리스크 해소 시 심사를 통해 운영리스크 산출에서 제외한다. 5대 금융지주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최대 26bp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말부터 금감원에서 승인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운영리스크는 은행 내부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손실 위험을 의미하며, 금융사고로 인해 소송이나 분쟁으로 배상금 또는 과징금을 부담할 때 발생한다.

다만 전례가 거의 없는 조치인 만큼 심사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된다. 신장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글로벌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손실 배제 승인은 자주 발생해서는 안 되며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서는 "손실 인식 기간이 3년이 지나지 않아 현재 포함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제2차 전략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4.14 ⓒ 뉴스1 임세영 기자

구조적 외환포지션 승인 대상도 해외 장기 지분투자와 해외점포 이익잉여금까지 확대한다. 지주별 CET1은 최대 12b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발표 즉시 추진된다. 신 과장은 "장기 지분 투자 목적은 매각이 어렵기 때문에 지분 투자 전체를 한도로 해서 구조적 외환포지션을 적용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내부신용평가모형 개선의 경우 신용위험 변별력이 저하된 모형을 재개발할 때 심사를 신속히 진행해 은행의 선구안 강화와 자본 여력 확충을 지원할 방침이다.

확보된 여력이 실제로 생산적 분야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실효성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가계대출 관리 구조상 가계대출로 활용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기업 대출과 생산적 부분으로 많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권 24.2조…위험계수 낮추고 벤처·인프라 투자 확대

보험업권에서는 위험계수 합리화를 통해 최대 24조 2000억 원의 추가 자금공급 여력을 마련한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프로그램에 투자할 경우 위험계수가 기존 49%에서 20% 이하로 낮아진다. 재정의 우선손실충당 등 실제 위험경감 효과에 비례해 위험계수를 경감하는 정책프로그램 특례를 신설한다. '장기보유 특례(위험계수 20%)' 적용 대상을 비상장주식과 펀드로 확대한다. 정책프로그램에 10년 이상 투자계획을 수립할 경우 해당 특례 적용도 허용한다.

적격 벤처투자에 대한 위험계수도 49%에서 상장주식 수준인 35%로 경감한다. 또 인프라 투자 관련 특례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도로, 항만 등 전통적 인프라에만 적용되던 '적격 인프라' 범위를 신재생에너지, AI 기반 시설 등 비전통적 인프라까지 확대하고, 이에 대해 위험계수 20% 특례를 적용한다.

대출 및 채권 관련 신용위험액을 줄이고 정부가 일부 보증하는 인프라 대출의 경우 해당 보증분을 무위험(위험계수 0)으로 분류한다. 반면 LTV 60~80% 구간 주택담보대출 위험계수는 규제 형평성 제고를 위해 3.5%에서 4.0%로 상향해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억제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까지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제도화할 계획이며, 매칭조정 제도 개선 등 추가 보완 과제는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험업권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추가 과제도 상시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IFRS17 도입과 안착을 위해 건전성 관리에 먼저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밑바탕이 된 건전성을 기초로 생산적 금융의 선순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규제 완화라기보다 합리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4.1 ⓒ 뉴스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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