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화국 만세"…이승건의 '유난한 농담'

(서울=뉴스1) 박희진 금융부 부국장 = "집을 팔아 토스 팀원 100명의 월세·이자 전액을 평생 지원하고자 합니다."
시작은 이랬다. 자정이 막 지난 밤, 토스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 글쓴이는 창업주 이승건 대표였다. 그의 집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이름을 올린 에테르노청담. 펜트하우스 기준 공시가격만 3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1년 만에 100억 원 넘게 올랐다.
아침이 되자 간밤의 글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사실 여부를 놓고 시끄러웠다. 하필 그날은 만우절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승건 대표는 그날 밤 다시 글을 올렸다. 당초 "100명에게 평생" 지원하겠다던 계획을 "10명에게 1년" 지원으로 정정했다. 만우절 농담을 넘어 '만우절 사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양극화 시대에 부적절하다, 박탈감을 자극한다, 기분 나쁜 농담이라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승건은 원래 치과의사였다. 그런데 창업을 했다. 그것도 하필 금융이었다. 금융은 한국에서 가장 변화가 느린 산업 중 하나다. 규제가 많고, 이해관계자가 많고, 기존 사업자들의 벽이 높다.
토스의 법인명은 '비바리퍼블리카'(Viva Republica)다. 라틴어로 번역하면 "공화국 만세"라는 뜻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군중들이 외쳤던 바로 그 말이다.
왜 핀테크 회사를 만들면서 회사 이름을 '공화국 만세'라고 지었을까. 토스는 한국 금융에서 꽤 상징적인 회사다. 송금 한 번 하려면 액티브X에 보안카드와 공인인증서를 들고 씨름해야 했던 시절, 토스는 "그냥 비밀번호 여섯 자리로 송금하면 됩니다"라고 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은 토스 일대기 '유난한 도전'이라는 책에 담겨있다. 제목 그대로였다. 토스의 여정은 집요했고 무모해 보일 정도로 고집스러웠다. 규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면 규제를 바꾸려고 했고, 시스템으로 인해 안 된다고 하면 시스템을 새로 만들려고 했다. '공화국'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왕이 지배하던 시대에 “공화국 만세”라고 외치는 것은 세상의 질서를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승건은 분명히 ‘유난한 사람’이다.
부가 권력인 시대. 강남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왕'이 된 세상에 그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척'을 했다 몰매를 맞았다.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문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책에서 밝힌 말이다. 지금의 국제사회는 정의로운 '척'조차 하지 않는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혈안이다. 명분과 가치, 철학과 이상 같은 단어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위선조차 사치인 시대. 노골적인 야만보다는 이승건의 '낭만'에 마음이 쓰인다. 내년 만우절에도 그의 '유난한 농담'을 듣고 싶다.
2bric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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