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생산적 금융 전환 굉장히 시의적절…은행·증권 경쟁 길 터줘야"

[뉴스1 초대석] "지속 가능한 사업 지원, 구조 재편 '혁명' 필요"
'포지티브→네거티브' 규제 전환 필요한 시점…"규제 칸막이 허물어야"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현 KB금융 경영고문)이 1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증권과 은행 간 업무 경계가 완화되고 머니무브가 진행되는 새로운 상황에서 시스템 위험 발생에 대비해 자본규제를 비롯한 은행과 증권의 규제 체계를 동일 행위 동일 규제 원칙하에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3.10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대담=박희진 금융부장 김도엽 전준우 기자 = "은행은 실물 경제, 기업과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개인 자산을 늘리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생산적 금융'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경영고문(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의 주요 정책인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대해 "금융이 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해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책무"며 "치열한 국제 경쟁 환경하에서 생산적 금융을 기치로 내건 것은 굉장히 시의적절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계금융→기업금융 대전환 이뤄질 것…산업 재편도 해야"

'생산적 금융'에 대한 평가에 앞서 윤 전 회장은 가계대출 폭증으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면서, 결과적으로 비생산적 요소가 커졌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실수요를 넘어선 '투기' 영역으로 부동산 금융이 커져, 자가 소유율이 높아지지 못한 현실로 이어지며 결국 모든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 상황이 벌어졌단 것이다.

특히 과거 주택전세대출에 대해서는 보증기관의 '100% 보증'이 뒷받침돼 리스크를 감내하지도 않았고, 기업·글로벌 대출에 비해 '담보물'도 확실하기에 가계대출이 폭증했다는 설명이다. 은행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계대출에 대한 의존성이 커졌고, 기업으로의 자금 순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01년 '한국주택은행'과의 합병 출범으로, 태생적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컸으나 지난해 3분기 들어 기업대출 비중이 가계대출 비중을 처음 역전했다. 2014년부터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임기를 시작한 윤 전 회장을 비롯한 KB 경영진들의 '체질 전환'이 빛을 발한 것이다. 다른 은행이 가계대출 비중을 늘려온 것과 대비되는 뚜렷한 성과다.

윤 전 회장은 그러나 '가계대출은 비생산적'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오히려 가계대출 또한 '생산적 금융'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윤 전 회장은 자가 중심의 '1가구 1주택'이란 대원칙을 정한 후 집중적으로 지원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가계대출 과다, 부동산값 폭등 등 비생산적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주택과 부동산은 '비생산적'이라는 이분법 또한 이런 대원칙이 없어 발생한 부산물이란 주장이다.

윤 전 회장은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을 해주면 생산적 금융의 하나의 예일 수도 있었다. 잘 가지를 쳤다면 가계대출도 생산적 금융으로 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자금대출의 실수요자 위주 재편 △전세보증을 포함한 보증과 정책금융의 재정비 △투융자를 촉진하는 유인책 내지는 장애요인 제거 △리스크에 상승한 적정한 가격 부과의 용인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를 통해 가계금융에서 기업금융으로 자원 배분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가계대출 성장률 둔화가 곧 기업금융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란 것이다.

단, 윤 전 회장은 가계 대비 리스크가 높은 기업금융 취급 시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최대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에 대한 책임 면제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보증' 등 장애 요인을 제거해 격려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회장은 "담보를 안 잡은 기업금융의 경우 리스크가 커지는데, 여기에 대한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일정 부분 보증을 해주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며 "결과가 나쁜 것에 대해 (직원들에게) 책임도 물어서도 안 된다. 장애 요인은 제거하는 동시에 인센티브도 줘야 한다"고 했다.

국가·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AX(인공지능전환)와 GX(녹색전환)를 두 축으로 한 '산업 체질개선'도 불가피하다고 봤다. 생산적 금융이 자칫 기업에 대한 대출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못 하면 더는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과감히 끊어낼 결단도 필요하단 것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의 경쟁력을 AX와 DX(디지털전환)를 통해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에 대한 집중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회장은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컬쳐 등 신성장동력 위주로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라며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기업금융을 하는데,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지 못하면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지 않게 과감히 끊어야 하고, 싹을 잘라내야 한다"라며 "새로 크게 자랄 묘목, 열매를 많이 맺을 나무는 거름과 물을 더 줘야 한다는 것이 생산적 금융의 핵심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현 KB금융 경영고문)이 1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3.10 ⓒ 뉴스1 김민지 기자
은행→자본시장 머니무브…"대등하고 선의의 경쟁길 열어줘야"

예대 차익 중심의 금융에서 '자산운용' 중심으로의 머니무브 바람이 불며, 은행 대비 증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은행 또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자본시장, CIB(기업투자금융) 부문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윤 전 회장은 이런 '은행과 증권의 경쟁'은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 선의의 경쟁을 위해선 '동일 규제'를 위한 재점검이 필요하고, 은행의 자산운용 업무 영역을 확대·허용해 동등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권과 은행 간 업무 경계가 완화되고 머니무브가 진행되는 새로운 상황에서 시스템 위험 발생에 대비해 자본규제를 비롯한 은행과 증권의 규제 체계를 동일 행위 동일 규제 원칙하에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초대형 증권사에 대해 은행에 준하는 자본과 리스크 규제를 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규제 칸막이'는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회장은 "은행의 자산운용 업무영역을 확대·허용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토록 하고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 줄 필요가 있다"라며 "원금보장형 퇴직연금 운용 시 자율성을 확대해 주거나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증권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일례"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숙원사업인 투자일임업은 투자자로부터 투자 판단을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상품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자산운용·보험사의 경우 큰 제약이 없으나, 은행은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이를 과감하게 풀어줄 경우 은행은 기관·고액 자산가를 넘어서, 소액투자자·은퇴자·고령자 등 모든 고객에게 맞춤형 투자일임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윤 전 회장은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증권과 대등하게 경쟁하도록 하면 소비자 후생의 증진과 함께 은행의 비이자수익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부수 업무'에 대한 과감한 확장도 필요하다고 했다.

금산분리 원칙이 엄격한 미국에서조차 JP모건체이스의 여행 플랫폼 '체이스 트래블' 사례가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은행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폭을 과감히 확장하고,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것이 윤 전 회장의 설명이다.

윤 전 회장은 "은행 전통 업무에 디지털자산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등 부수 업무 범위를 과감히 풀어줄 때가 됐다"라며 "우선은 허용해 주고 나중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고, 이제는 그럴 때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과감한 다른 업권 진출이 결국 소비자 선택권과 편익을 늘려줄 수 있단 것이다.

"은행 '통장 개설 수수료' 고민해 봐야"

윤 전 회장은 은행권 수익 구조가 '이자 장사'에 편중됐다는 지적에 대해 '통장발급이나 계좌 유지 수수료'를 걷는 방안도 고민해 볼 지점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 1인당 은행 계좌 수는 4.5개에 이르지만, 통장 개설 혹은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수수료가 따로 없다. 미국의 경우 계좌 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윤 전 회장은 "송금·결제 등 전통적 은행 업무와 관련된 수수료가 선진 여러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이 한 원인"이라며 "계좌 유지 수수료나 통장발급 수수료가 없고, ATM 수수료나 송금·이체 수수료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사회적 효용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자원 낭비 등 부작용도 있다는 설명이다.

윤 전 회장은 "계좌 유지 수수료가 도입된다면 가격 기능이 작동해 자발적으로 꼭 필요한 계좌만 남기게 되고, 자원 효율성과 환경보호에도 도움 된다"라며 "계좌 유지 수수료만 도입해도 10% 가까이 비이자수익 비중이 올라간다는 보고도 있다. ESG 관점에서 은행의 전통적인 업무에 대한 수수료 체계에 대해 가격에 의한 자율적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고문

1955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은행원으로 일하며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공인회계사와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학내 시위를 주도한 전력으로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면서 관료 대신 회계사의 길을 걷게 됐다. KB금융과의 인연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인 2002년 국민은행 CFO로 영입되면서 시작됐고 2014년 지주 회장에 올라 비은행 강화와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탁월한 경영 성과로 3연임에 성공, 9년간 ‘초격차 KB’를 이끌고 2023년 용퇴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