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변리사 모십니다"…유망 기업 키울 '심사 인력'에 꽂힌 은행

KB국민·신한, 첨단산업 투자처 발굴할 외부 인재 물색 중
하나·우리, 내부 인재 육성…교육 강화·KPI 평가 개선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네번째)가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현판식에서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및 5대 금융지주 회장과 현판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17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김도엽 기자 = 은행권이 부동산 담보 대출 등 쉬운 돈벌이에 집중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적 금융' 전환에 발 벗고 나섰다. 이를 위해서는 AI·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유망한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만큼 '혜안'을 갖춘 심사 인력을 육성하는 데 몰두하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생산적 금융' 심사를 담당할 인력을 외부에서 3명 충원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 출신의 변리사 1명, 투자 심사를 담당하던 금융권 인력 1명을 채용했고 바이오 분야 전문 심사역도 현재 물색 중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삼성전자와 SK온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변리사를 전문심사역으로 채용한 데 이어 22일까지 기업여신심사부 산업분석 전문가를 공개 채용하고 있다.

반도체·그린수소·바이오·K-컬처 등 총 7개 분야로 경력 3년 이상의 산업분석업무 담당 애널리스트, 연구원 등 변리사와 5년 이상 경력의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외부 채용에 적극 나선 것은 급변하는 첨단산업 분야의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한 전문인력이 필요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심사를 고도화해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존에는 은행이 주로 거래해 온 철강·화학 등 제조업에 특화된 심사역 위주라 새로운 첨단산업의 현업 경험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신 심사를 담당할 외부 적임자를 찾는 일은 까다로운 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채용 대상자가 서로 요구하는 바가 있다 보니 조건을 맞춰 채용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에 외부 채용보다 내부 인재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시중은행들도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평가지표(KPI)에서 연말까지 핵심 첨단산업 기업 대상 신규 여신 취급 시 평가점수를 1.2배까지 부여한다.

생산적 금융의 실질적인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는 한편 기업여신심사부 내 첨단전략산업(ABCDE) 업종 전담 심사팀을 운영해 심사 전문성을 높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우리은행도 그동안 축적해 온 내부 심사 인력을 바탕으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6년 모뉴엘 사기대출 사태에서 꼼꼼한 대출 심사로, 850억 원의 대출금을 지켜낸 전례가 있는 등 내부 심사역의 자질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적 금융을 위해 직원들의 산업 이해를 돕고자 매주 목요일 '첨단전략산업포럼'을 열고 AI를 비롯한 바이오, 방산, 미래차, 수소 등 내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전 직원의 생산적 금융 역량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생산적 금융 가이드북'은 금융위원회의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정책 금융기관인 IBK기업은행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AI 분야 등 혁신기업의 자금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전담심사반을 운영한다. 여신 심사를 위한 전문 심사역, 공인회계사, 애널리스트 등 내부 전문 인력 40명으로 구성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 여신 심사 관련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우수한 내부 인력이 확보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외부 채용에 대한 니즈는 크지 않은 편이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