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왜, 상속을 할까?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편집자주 ...인생 오후로 가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독자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적 선택의 기술을 '욜로은퇴 시즌3'으로 전합니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자녀는 성인이 되면 독립적으로 살아가게 하고, 부모는 자녀의 결혼이나 교육 등에 보태지 말고 혹시 사후에 상속재산이 있으면 그걸 남겨줘야 할까요? 자립심을 일찍 키워줘야 할까요?' 자녀를 둔 MBA(경영전문대학원) 학생들과 식사 중에 받은 질문이다. 필자는 사전 증여로 자녀의 평생소득을 높일 수 있다면 미리 도와줘도 된다고 답했다. 왜일까.

상속은 단순한 재산 이전을 넘어선다. 그것은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행위이자 세대 간 자원의 재배분이며, 때로는 기업과 가문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적 결정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 부동산 중심 자산 구조, 장수에 따른 노후 불확실성, 젊은 층의 치열한 경쟁과 취업난, 그리고 높은 주택 가격을 감안하면 '얼마를 남길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남길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은 왜 상속을 할까. 너무 뻔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람마다 그 동기는 다르다. 경제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상속 동기 이론이 있다. 이타적 동기, 전략적 동기, 쾌락적 동기다. 이 외에도, 수명이 불확실하다 보니 소비를 다 하지 못해서 사망 후에 재산을 남기는 우발적 동기가 있다.

우선, 이타적 동기(altruistic motive)는 경제학자 게리 베커(Gary Becker)가 1974년에 주창했다. 이론의 핵심은 부모가 자녀의 효용을 자신의 효용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자녀 효용이 높아지면 부모의 효용도 높아진다. 자녀의 효용은 소비가 많을수록 높아지고 소비가 많기 위해서는 소득이 많아야 한다. 따라서 부모는 상속을 통해 자녀의 평생소득을 높이기를 원한다. 자녀가 여럿 있으면 비교적 자녀들의 평생소득이 비슷하게 되기를 바란다. 소득이 적은 자녀에게 재산을 좀 더 물려주는 것이다.

자녀의 평생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후 상속보다 사전 증여를 택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평생소득을 높이려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지금 교육비를 지원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주택 지원도 마찬가지다. 한국처럼 교육과 주택 마련 지원에 막대한 자원이 들어갈 경우 특히 그러하다.

증여를 통해 자녀의 평생소득을 높여주려는 전략의 단점은 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모의 노후 자금이 불확실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비와 결혼 비용 때문에 부모의 노후가 불안해진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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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상속을 암묵적 계약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동기(strategic motive)다. 상속재산이 있을 때 자녀의 부모 방문 횟수가 늘어나며 부모가 사망하기 전에도 방문 횟수가 많아진다고 한다.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는 자녀에게 상속하든지 부모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자녀에게 더 큰 몫을 주겠다고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가업을 이어받는 사람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상속재산의 인센티브가 강력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흔하게는 돌봄을 유도하기 위해서 상속을 활용한다. 한국 사회에서 부모 부양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이슈다. 노후 돌봄의 상당 부분은 가족이 담당한다. 이때 상속은 '돌봄에 대한 보상'이라는 성격을 띤다. 실제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녀가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나를 부양하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명시적으로 공표하기도 한다.

이처럼 전략적 상속은 자녀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조건부 보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류분 제도(遺留分, 피상속인이 유언이나 증여로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하더라도 법정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법률상 보장하는 제도)가 있어서 부모의 요구가 과하다고 판단될 경우(부모의 요구를 들어주는 비용이 유류분보다 클 경우) 인센티브 효과가 없다. 부모의 요구가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하고 자주 바뀌게 되면 인센티브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전략적 관계는 갈등, 불신,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셋째, 쾌락적 동기(joy-of-giving motive)다. 부모는 자녀의 효용과는 무관하게, 물려 주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을 얻는다. 경제적 효율을 따지지 않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려 하지 않는다. '자식에게 뭔가를 남겨야 부모 노릇을 다했다'는 생각을 한다면 여기에 해당한다.

단점은 자녀의 능력 차이를 따지지 않고 주다 보면 가족 간 자원의 재배분이 비효율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건 없이 주면 자녀는 부모의 재산이 자기 재산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자립 의지가 약화하고 부모 의존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세 이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우발적 상속 동기(accidental bequest motive)다. 생애주기 가설을 만든 모딜리아니(F. Modigliani)의 주장이다. 앞의 세 이론은 부모의 의도된 상속인 데 반해 우발적 동기는 부모의 사망에 따라 우연히 남아 있는 돈이 상속된다는 것으로, '불확실성 때문에 발생한 우연적 잔여'(residue)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수명, 의료비, 미래 소득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노후에 충분히 소비하기 위해 자산을 더 많이 축적하게 되며, 예상보다 오래 살지 않았을 때 재산이 남아 상속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상속이나 증여는 부모의 노후, 세대 간 자원의 재배분, 자녀 세대 내 자원의 재배분, 자녀의 행동 유인, 자녀의 평생소득 증가, 가정의 화목, 가문의 연속성, 세금의 절약 등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 자녀 교육비와 주택 지원을 해줄지 아니면 나의 노후를 먼저 확보하고 잔여를 상속으로 줄지의 의사결정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준다. 상속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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