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의존도 높아진 '상각익'…장기보험 신계약 절실한데 규제에 '발목'
보험사 순이익 중 'CSM 상각익' 비중 90% 육박
대형 4개 손보사 CSM 45조3787억원 전년비 1.4% 증가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익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보험사가 안정적 이익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보험 신계약 확대가 필수지만, 그동안 이어진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함께 '판매수수료 제도 개편'까지 겹치면서 보험사들은 올해 장기보험 신계약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보험계약마진(CSM)은 46조 37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CSM은 보험사가 장기 보험계약을 통해 장래에 인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부채로 계상한 금액으로, 보험사의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지난 2023년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사는 계약 체결 시점에 미래 예상이익을 즉시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고 CSM으로 적립한 뒤,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상각해 이익에 반영한다. 통상적으로 CSM 잔액이 클수록 향후 이익 기반이 탄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주요 손보사의 신계약 CSM은 9조 50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의 신계약 CSM은 2조 8984억 원으로 16% 줄었고, DB손보는 2조 9328억 원으로 4.7% 감소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1조 5877억 원으로 15% 늘었고, 현대해상은 2조 890억 원으로 14.7% 증가했다.
신계약 CSM은 보험사의 영업 경쟁력과 미래 수익 창출 기반을 가늠하는 지표로, 신계약 CSM이 늘어나면 전체 CSM도 증가해 향후 인식 가능한 이익 규모도 확대된다.
신계약 CSM 감소는 삼성화재의 영향이 컸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지난해 신계약 CSM 감소가 상반기 신계약 매출 정체의 영향이며,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였고 이로 인해 CSM 배수가 다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사의 순이익으로 인식되는 CSM 상각익은 5조 2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1조 6208억 원으로 0.5% 증가했고, 메리츠화재는 1조 1673억 원으로 1%, 현대해상은 9510억 원으로 1.9% 증가했다. 반면 DB손보는 1조 2851억 원으로 1% 감소했다.
DB손보는 대형 손보사 중 유일하게 IFRS17이 도입된 2023년 이후 CSM 상각익이 2년 연속 감소했다. DB손보는 지난해 CSM 상각익 감소가 사업비 가정 가이드라인 반영과 교육세 인상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이며, CSM 상각익을 보수적으로 인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형 4개 손보사의 순이익은 총 5조 79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2조 2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지만, 손보사 중 유일하게 2조 원을 넘어서며 업계 1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1조 6810억 원으로 1.7% 줄었고, DB손보는 1조 5349억 원으로 13.4% 감소했으며, 현대해상은 5611억 원으로 45.6% 줄었다.
지난해 보험사 순이익 감소는 법인세·교육세 증가와 손해율·사업비 가정 가이드라인 강화 등 제도 개편과 함께 보험손익이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보험손익 악화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른 적자와 장기보험 보험금 증가에 따른 예실차 손실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사 순이익 중 CSM 상각익의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CSM 상각익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결국 보험사들은 CSM 상각익 확보를 위해 장기보험 영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보험사들의 '과당 경쟁'을 지적하며, 불건전 영업 관행 개선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 원장은 "IFRS17 시행 이후 고수수료 중심의 상품 과당 경쟁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 및 보험사 건전성 악화 우려와 함께 설계사 스카우트 과당 경쟁, 변칙적 시책 설계 등 시장 혼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보험사를 향한 과당 경쟁 및 실적 부풀리기 지적은 IFRS17 도입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규제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2024년에는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을 강화했다. 무저해지보험은 해지율 가정에 따라 보험사의 이익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상품이다.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할 경우 실적이 크게 부풀려질 수 있다.
또 지난해에는 '손해율·사업비 예실차 가이드라인'도 도입됐다. 이는 보험사가 상품 판매 시 가정한 비용과 손해 수준과 실제 결과 간 차이가 과도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감독 기준이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수준(손해율) △판매·관리 비용(사업비) 등을 가정해 보험료와 예상 이익을 산정한다. 실제 손해율이나 사업비가 예상보다 높으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반대로 낮으면 이익이 커진다. 금융당국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통해 초기 실적이 과대 계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가정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 판매수수료 제도 개선'도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보험 판매수수료 제도 개선으로 보험설계사의 판매수수료가 보험소비자에게 공개되고, 오는 7월부터는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에게도 '1200%룰'이 적용된다. 또 내년부터는 그동안 선지급돼 온 보험설계사의 판매수수료가 4년 분급으로 지급된다. 결국, 보험 판매수수료 제도 개선 시행 초기에는 보험사가 신계약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IFRS17 체계에서는 결국 CSM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쌓고 상각하느냐가 실적의 핵심이다"라며 "다만 당국 규제 강화와 수수료 제도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공격적인 신계약 확대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jcp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