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채권 소멸시효 '기계적 연장' 개혁…손비 인정 세칙 개선 나선다
금융위, '포용적 금융 대전환 2차 회의' 개최
채권 재매각시 원채권자에도 책임 부여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금융당국이 연체자의 신속한 재기 지원을 위해 금융사가 연체채권 관리 과정에서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관행을 개선한다. 은행·보험업권의 연체채권 중 5000만 원 이하에 우선 적용하는 것으로, 약 90% 이상이 개선 대상에 오른다.
채권 매각 이후에도 금융사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해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등 점검하도록 한다. 적절한 추심업체로 재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채권 매매 계약서에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신용회복위원회 광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교육장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2차 회의'를 개최하며, 이런 내용을 담은 '연체자 보호와 신속한 재기 지원을 위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가가 부여한 공적 권한 안에서 운영되고 사회 전체의 신뢰시스템 위에서 이익을 내는 금융회사의 사회적 역할 강화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어려움에 처한 차주도 제도권 금융 내에서 재기·극복할 수 있도록 선제적·예방적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고객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밝힌 개선 방안은 크게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원채권 금융회사의 고객관리 책임 강화 △소멸시효 연장 관행 개선 등 3가지다.
통상 연체채권은 연체 발생 5일 후엔 단기연체정보가 신용평가사에 등재되고, 전 금융권에 공유되는 동시에 채권추심이 시작된다.
1개월 이후에는 기한의 이익이 상실(만기 도래 전 원리금 일시상환 요구)되고, 연체가산금리가 부과된다. 90일 이후부턴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며, 추후 전액 상환하더라도 연체이력정보가 최장 5년간 공유된다.
6개월~1년 사이엔 금융사가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상각해, 법인세법상 손금 산입해 세제 혜택을 받는다. 상각·대손처리를 마친 연체채권은 주로 저축은행·대부업 등 추심 전문업체에 매각되는데, 한번 매각된 채권은 부실채권시장에서 재매각을 거치면서 더 영세한 추심업체로 손바뀜한다.
연체채권 소멸시효(5년)가 도래해도, 시효완성 사실을 숨기고 채무자의 소액변제 유도, 변제계획 징구 등 채무승인을 유도해 시효를 부활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법원의 약식절차인 지급명령을 통해 손쉽게 시효 연장(추가 10년)하는 방안도 있다.
금융위는 채무자 상환능력에 대한 고려없는 기계적인 소멸시효 연장 관행으로, 채권회수 실익은 미미하지만, 변제능력 없는 취약채무자가 지나치게 장기간 추심의 불안을 겪는 불합리가 만연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금융사가 연체채권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관행을 개선한다.
현재 법인세법상 채권의 손비(손실비용) 인정은 소멸시효 완성 등 회수 불능이 객관적으로 확정된 시점에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금융사는 채권의 시효 완성과 상관없이 상각 시점부터 바로 손비로 인식해 소멸시효를 완성할 유인이 부재하다. 통상 5년인 채권 소멸시효 기간 전 금융사가 손비를 인정받아 세금(법인세) 감면 혜택을 당겨 받으면서도, 소멸시효는 기계적으로 연장한 배경이다.
이를 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손비를 인정하도록 해, 손비 인정 후 최초 소멸시효 기간 도래 시 시효이익을 포기할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단 건전성 관리 부담을 감안해, 은행·보험은 5000만 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사는 3000만 원 이하 연체채권에 우선 적용한다. 이 기준 적용 시 전 금융권 연체채권의 약 90% 이상(계좌 수 기준)이 변경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유정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연체 초기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을 해주다 보면 건전성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초기에 도와주면 한두 달 내 극복할 수 있는 차주를 굳이 장기 연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도와주는 취지라 큰 부담은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도 안착 추이를 보고, 추후 업권별 적용 기준을 상향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채무자의 은닉 재산이 발견되는 등 금융사의 귀책 사유가 없을 경우 손비 인정 후에도 예외적인 연장을 허용하기로도 했다.
아울러 소멸시효의 '원칙적 연장, 예외적 완성' 관행도,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으로 전환을 유도한다. 금융사가 채권의 회수 가능성 등을 따져 소멸시효 연장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판단 근거·절차 마련한다.
소멸시효 완성 사실 통지 의무를 부여하고, 소멸시효관리 내부기준에 따라 연장 여부 판단을 의무화하고, 불가피하게 연장하는 경우에도 3년 경과 시 채권 회수 가능성에 대한 재심사 절차도 신설하기로 했다. 금융사별 소멸시효 완성 실적에 대한 사후평가 시스템 마련(실적 공시시스템, 평가지표 등)한다.
채권 매각 이후에도 원채권자에게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2금융권에서 영세 대부업체로 채권이 매각되는 과정 속 과도한 추심 장기화하는 관행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채권 매각 시 매각 조건으로 '재매각 관련 사항'을 포함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채권 재매각 가능 여부 및 범위, 재매각 시 승계되는 채무자 보호 조건 등을 채권 매매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특히 적절한 추심업체로 재매각이 이뤄지도록 채권 매매계약서에 관련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의무 부과한다.
오 과장은 "채권을 양도 후 주기적으로 6개월 내지 1년에 한 번 정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또 연체채권 양수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점검 및 발견 즉시 감독당국에 보고의무를 부여하며,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신속 채무조정 중인 채권을 '매각 제한 채권'으로 규정해 금융사의 고객 보호책임도 대폭 강화한다.
아울러 연체채권 매각 시 감독당국에 분기별 보고 및 매각 내용 공시를 의무화한다.
당국은 채권매각 및 재매각 과정에서 절차상 적정성, 채무자보호 규제 준수 여부 등을 상세 모니터링하고, 금융권의 상각·매각 이후 연체채권 데이터를 축적해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필요시 검사로 연계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한다.
개인채무자보호법상 채무조정 요청권이 지난 2024년 10월 도입됐으나, 활성화를 위한 추가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영국과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기한의 이익 상실 처리 또는 법원 개인 파산 전제로 금융사-채무자 간 채무조정 협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반영한다.
우선 금융사의 자체 채무조정 절차를 내실화하고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기한의 이익 상실 전에도 '채무조정요청권'을 별도 안내를 의무화하고, 채무조정 내부기준 구체화 및 업권별 모범사례를 배포·확산을 유도한다.
금융사별 채무조정 실적에 대한 사후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자체 채무조정 과정에서 원금 감면 시 감면 부분을 법인세법상 '손실'로 인정한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신한금융'의 포용적 금융 강화방안이 주요 사례로 언급됐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신한금융지주의 포용적 금융 강화 방안'을 소개하면서 취약 채무자에 대한 맞춤형 포용금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저신용·저소득 고객을 대상으로 정책 서민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지원 중이며, 향후 5년간 총 15조 원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금리 이용 고객 대출에 대해 1년간 일괄 금리를 인하하고, 신한저축은행 중·저신용 고객에 대해 신한은행으로의 대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금리 이용고객의 금융부담을 경감할 방침이다.
또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조정과 관련, 기존 개인신용대출·개인사업자대출 119 프로그램,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외에도, 소상공인·개인사업자 대상 상환유예·금리조정 등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해 연체채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이달에도 장기미회수 채권 중 사회적 배려계층 및 2000만 원 미만 소액채권에 대한 채권포기를 통해 취약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한 바가 있다고도 밝히며, 앞으로도 금일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취지를 살려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경감하고, 나아가 정상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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