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오십, 경제학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상암동에서 무거운 회의를 1시간 30분이나 하고 광화문 사무실로 돌아간다는 해방감에 버스 정류장으로 달렸다. 마침 버스 9711번이 바로 오기에 기쁜 마음에 올라탔다. 그런데 버스가 올림픽대교를 지나서 강변도로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광화문에서 홍대 입구를 거쳐 상암동으로 오는 노선인데, 갈 때는 상암동에서 강변도로로 빠지길래 양화대교에서 합정으로 들어가나보다 생각했다. 웬걸. 버스는 양화대교를 지나서 마포대교로 열심히 달렸다. 그때야 번개가 머리를 때렸다. 9711번은 일산에서 신사역을 거쳐 강남으로 가는 버스다! 잘못 탔다.
시간이 오후 5시가 다 돼 가니 강변도로가 꽉 막혔다. 강남 신사역까지 꼼짝없이 그대로 가야 한다. 중간에 내릴 곳이 없었다. 이를 속수무책이라 하나 보다. 버스는 앰뷸런스 뒤를 따라가는 등 나름대로 정체 속에 열심히 달렸지만, 필자가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돌아오니 예상보다 무려 1시간 20분이 더 소요됐다.
왜 그랬을까. 지금까지 승용차로 다니다가 은퇴 후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서 생긴 착각이었다. 원래 버스 번호는 7101번이다. 7101번을 9711번으로 착각했다. 9711번은 자주 보던 번호였던 데다 9711과 7101은 9와 0만 다르지, 나머지는 같다.
사람의 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한 범주에 넣으려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그 노선을 버스로 처음 갔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서둘렀다. 새로운 환경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를 소홀히 했다. 노선을 한 번만 더 봤으면 될 텐데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들이닥쳤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중간에 내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삶의 선택도 이럴 때가 많다. 당분간 내리지 못하는 선택, 바꿀 수 없는 선택. 이런 선택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한다. 젊은 나이에는 결혼이 이에 해당한다. 결혼할지 말지, 누구와 결혼할지. 한번 선택하면 바꾸기 쉽지 않다. 자녀를 낳으면 영원한 선택이다. 그래서 자녀는 무한책임이라 한다. 직장의 선택도 이에 못지않다.
중요한 선택은 인생 오전에서 인생 오후로 전환할 때도 생긴다. 20대, 30대 때보다 더 큰 전환기에 직면한다. 젊을 때는 새로운 것이 생기는 전환기이지만 50대와 60대는 있던 것에서 하나둘 사라지는 전환기이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직장이 생기고 가족이 생기고 집이 생기지만, 나이가 들면 직장이 사라지고 가족이 독립하고 가까운 사람과 이별한다. 비유하자면 1에서 0으로 변하는 시기다.
또 하나. 50대, 60대의 전환기에는 서두른다. 갈 길은 남았는데 서산에 해가 뉘엿뉘엿하면 마음이 바빠진다. 서두르다 보면 필자가 버스를 착각하는 것과 같은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서두르면 뇌가 인지적 착각을 일으킨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뇌가 작동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하는 직관적 뇌가 작동한다.
예를 들어 은퇴 후에 창업하면 객관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10% 미만인데 본인은 90% 성공하리라는 주관적 믿음을 갖는다. 실제로 사람들은 아주 낮은 객관적 확률에서도 주관적으로 더 높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나만은 예외'라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은퇴 후에 창업했다가 노후까지 어려워지는 사람들을 본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도였는데 결과는 나쁘게 된다.
선택은 노력보다 중요하다. 노력하는 사람은 성실하다고 하고 선택을 잘하는 사람은 현명하다고 하는 이유다. 삶의 전환이 1에서 0으로 변하듯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조건에 있는 50대와 60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미리 증여를 해야 할까? 도심의 집을 팔고 근교로 가야 할까, 아니면 전세를 주고 가야 할까? 목돈을 가져야 할까, 연금으로 받아야 할까?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의 문제가 있다.
경제학은 선택을 연구한다. '욜로은퇴 시즌3'은 경제학적 선택 방법을 활용해 인생 전환기 삶의 기술로 연결해 보고자 한다. 경제학의 최적화, 비용·편익 분석, 게임이론, 행동경제학 등을 활용해 합리적 선택의 길을 찾아볼 것이다. 경제학적 선택을 인생 전환기에 직면하는 문제에 집중해 살펴보는 셈이다.
삶의 전환기에서 올바른 선택은 인생 오후를 편안하게 해준다. 하지만 선택이 잘못되면 회복할 시간이 없는 인생 오후에 치명적으로 된다. 경제학 대가들의 생각을 응용해 펼쳐보는 선택의 기술이 인생 오후 전환기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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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생 오후로 가는 삶의 전환기에 있는 독자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적 선택의 기술을 '욜로은퇴 시즌3'으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