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담합 '2720억 과징금'에 은행권 반발…행정소송 검토

4개 은행에 2720억 과징금 부과…"선택권 제한해 피해"
은행권 "LTV가 '담합 거래조건' 해당?…다툼 여지 있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2025.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김근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 부동산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을 재조사 후 2720억 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자 해당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다.

당초 1조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규모 자체는 방어에 성공했지만, '담합' 인정 여부를 두곤 입장이 달라 결국 행정소송 수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대해 2720억 1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LTV 관련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활용해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 및 시행령 제44조 제2항 제3호를 적용하면서다.

4대 은행 과징금 2720억 원…공정위 "LTV 담합으로 경쟁 회피"

과징금 규모는 하나은행이 869억 31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697억 4700만 원 △신한은행 638억 100만 원 △우리은행 515억 3500만 원 순이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차주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대형 은행의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거래 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등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필요한 자금을 받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4개 은행은 지난 2022년 3월~2024년 3월 LTV 정보 일체를 서로 교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전부터 LTV 정보 교환을 계속해 왔지만, 공정위는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조항이 포함된 개정 공정거래법이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된 점을 감안해 2022년 3월 정보 교환 행위부터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교환 대상 정보는 전국 모든 부동산의 종류 및 소재지별로 적용되는 최대 7500개에 이르는 LTV 정보 일체다. 가계와 기업 대출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부동산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정보다. 4대 은행 직원들은 정보교환 행위가 위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인수인계하면서 정보교환을 지속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지난 2023년 기준 4개 은행의 LTV 평균은 비담합 은행에 비해 7.5%p 낮게 형성됐다. 공장, 토지 등 기업 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LTV 평균은 8.8%p 낮았다.

은행들이 서로의 LTV 정보를 정확히 알게 되면 LTV가 타 은행보다 낮은 경우 이를 유사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 영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타 은행보다 높은 경우에는 유사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대출금 회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런 은행 간 LTV 정보교환이 '경쟁을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한 과징금(1조 원대)보단 크게 줄어들었으나, 그럼에도 과징금 규모가 적은 금액은 아니다"라며 "담합 인정 여부를 두고 다툴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여,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수순으로 갈 것 같다"라고 전했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 시중은행의 정보교환 담합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2026.1.21/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은행권 "LTV 의도적으로 낮출 이유 없다"…'담합' 아닌 '정보 공유'

은행권은 정보 교환 자체를 부정하진 않으나, LTV를 의도적으로 낮출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통상 금융소비자는 더 많은 대출 한도를 위해 LTV가 높은 은행을 찾아다니는데, 은행 입장에서 LTV를 인위적으로 낮추면서까지 담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여부를 두고 공정위의 입장처럼 '담합'인지 여부와 단순 '정보 공유' 수준에 그쳤는지 등 다툼의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LTV가 내려간 경우도 있지만, 조정을 거쳐 LTV가 상향된 사례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출을 더 받은 차주는 피해가 아닌 이익을 봤다는 논리다. 특히 이런 행위로 은행권 내 '경쟁 제한'이 실제 발생했는지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본다.

가처분 신청 등 행정소송 수순…은행권 "법적 대응 고려"

은행권은 공정위 결정문을 받아보는 대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담합 자체를 두고 '거래조건'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가처분 신청 등 행정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공식 서류 도달 시 내용을 검토 후 행정소송 등 다양한 방법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 또한 "공정위의 의결서를 수령한 후에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와 법적 대응 등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