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꼬인 '자본시장 특사경'…불붙은 '민간인 인지수사권' 논란

자본시장 범죄, '기획 수사' 영역…"특사경과 맞지 않는 옷"
李, 합동대응단 '조사 역량 확대' 주문…"금융당국 역할은 조사"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감원장.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신건웅 기자 = 2019년 기형적인 구조로 첫발을 뗀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에 인지수사권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불붙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허송세월하고 있다'며 인지 수사권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는데, 금융당국의 역량을 '조사'가 아닌 '수사'에 집중하려고 하면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본시장 특사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주가조작 근절을 주문하면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 사법경찰법이 개정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2019년 금융위 공무원 1명과 금감원 직원 15명으로 구성된 자본시장 특사경이 공식 출범했다.

담당 업무는 '증권선물위원회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선정해 검찰청에 이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중 서울남부지검이 지휘한 사건을 처리한다'고 극히 제한됐다.

'신속한 현장 단속' 특사경…시작부터 "자본시장 범죄와 맞지 않는 옷"

특사경은 특정 분야의 위법행위를 전문적으로 조사·수사하기 위해 행정부 소속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 제도다. 산림, 식품, 환경, 보건, 세무 등 신속한 현장 단속과 대처가 필요한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에 자본시장 특사경 도입 초기부터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수사를 특사경이 맡는 게 적절하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신속한 현장 단속'이 아닌 계좌분석, 증거 수집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한 기획 수사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본시장 특사경의 직무 범위와 규모는 계속 커졌고, 2022년에는 인지 수사권을 갖춘 금융위 자본시장 특사경이 출범했다. 당시에도 금감원 특사경은 민간인한테 일방적으로 권한을 많이 주면 오·남용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인지 수사권을 배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 특사경은 도입 초기부터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며 "금융위 자본시장 특사경의 경우 인지수사권이 있음에도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사건 특수성과 복잡성 등을 고려해 출범 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금융위 자본시장 특사경 출범 당시 명시된 수사 대상과 절차.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이찬진 "금감원 인지수사권 필요"…금융당국 '조사 역량 확대' 우선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후 자본시장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 당시에는 "절름발이 특사경"이라고 칭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기자단과 만나 "즉시 수사를 해야 하는데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해 3개월을 허송세월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은 금감원 또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혐의를 조사한 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산하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사전 검토와 증선위 심의를 거쳐 고발, 수사기관 통보, 행정처분 등 결정을 내린다.

신속한 행정 절차를 위해 지난해 7월 금융위·금감원·거래소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공식 출범했다. 칸막이를 없애고 세 기관이 함께 불공정 거래 사건을 조사해 효율성을 높이고 신속한 형사 조치가 이뤄지게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조사 역량 확대'를 주문했고, 현재 1개 팀 총 37명에서 2개 팀 50명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안건이 증거부족 등으로 미흡해 조치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심의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증선위가 허송세월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어 "증거인멸 등 우려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증선위 심의를 생략하고 바로 수사당국에 이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특사경, 무제한 수사권 행사 가능"…권력 오·남용 우려

민간 조직인 금감원이 강제 수사권을 쥐면 권력이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현재 민간인 사법경찰 부여는 선장(해선), 기장(항공기), 국립공원 관리공단 이사장(국립공원)과 같이 지역적·공간적 문제가 있는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허용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특사경의 경우 인지수사권을 갖추면 지역적·공간적 제약 없이 무제한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어 민간인이 전 국민에 대해 강력한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본시장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확보 등 권한 확대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협업하는 합동대응단을 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