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에 힘 실어준 李…금감원 '절름발이 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보하나

이 대통령, 필요성 공감…금감원, 특사경 TF 출범 등 신속 준비
권한 오남용 우려 등 금융위-금감원 온도차…총리실 최종 컨트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절름발이'로 칭하며 개선을 요구한 특별사법경찰의 업무 범위 확대와 인지수사권 확보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업무보고에서 불법사금융 단속 강화 차원에서 금감원 특사경 신설 필요성에 공감, 힘을 실어주면서다.

특사경은 금융·식품·환경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범죄에 대해 담당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검사의 지휘 아래 수사 후 검찰에 송치하는 제도다.

금감원의 자본시장 특사경은 2015년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2019년 7월 공식 출범했다. 이후 검찰의 지휘를 받아 주가조작,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관련 수사를 진행해 왔는데, 2022년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내에서도 특사경팀이 신설됐다.

특히 금융위 특사경팀은 인지 수사권을 확보, 금융당국 스스로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 개시가 가능해졌다. 다만 금감원 특사경은 자체적으로 인지 수사는 불가능하고, 금융위가 인지한 뒤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인지수사권 금융위 특사경에만…인원은 금감원 40여 명 vs. 금융위 공무원 5명

현재 특사경으로 지정된 금융위 공무원은 5명(2명 검찰 파견), 금감원은 40여 명인데 더 많은 인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지휘를 받아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권한이 제한돼 있어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자본시장 특사경에 인지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절름발이 특사경을 개선해달라"고 정치권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어 지난 19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에게 "현재 특사경 권한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국한돼 권한이 없고 특사경이 업무할 수 있는 영역이 극히 일부로 제한돼 있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어떤 범위의 특사경이 필요한지, 추가로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지 등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 총리실로 보내달라"고 이 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원장은 보이스피싱을 필두로 불법사금융, 금융사기 등 민생금융범죄 척결을 위한 특사경 도입과 함께 인지수사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금감원 민생침해대응총괄국 내에 민생특사경추진반(TF)을 설립해 특사경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 및 특사경 운영규칙 마련 등을 지원하는 한편, 특사경 도입 이후의 업무 운영 준비에 들어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전날 금감원 조직개편 관련 브리핑에서 "특사경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대 형성돼 있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권한 행사 범위나 대상 등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실무적 조율이 필요해 향후 협의체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민간조직인데 비대한 수사 권한 괜찮나…'양날의 검' 우려도

다만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부여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민우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19일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2015년 특사경법 개정할 때 법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간인한테 일방적으로 (권한을) 많이 주면 오·남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특사경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오 ·남용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부여에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특사경의 권한 행사 범위와 대상 등은 총리실이 최종 조율한 뒤 결정될 전망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총리실에 부처별 특사경 현황 파악 등을 지시한 만큼 금감원 특사경의 업무 범위와 권한 등은 최종적으로 총리실이 컨트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