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은행도 줄 잇는 '김부장'…'5억대 희망퇴직' 40대도 짐싼다

희망퇴직 연령 계속 어려져…1985년생부터 신청 대상
금융 환경 급변…건강·교육 등 40대도 희망퇴직 고려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에서도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는 '김부장'들이 줄을 잇는다. 최근에는 정년을 앞두고 반강제적으로 떠밀리는 50대 중후반의 희망퇴직 이외에 '제2의 인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는 40대 희망퇴직이 점차 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 대상은 만 40세인 1985년생부터로, 지난해보다 1살 더 어려졌다. 특별퇴직금은 출생 연도에 따라 월 기본급 7개월분에서 최대 31개월분까지 차등 지급된다.

신청 규모는 지난해 541명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50대 직원이 300명이 넘다보니 희망퇴직 신청 규모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면서도 "40대 직원들 중에서도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니즈가 꽤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결과 총 446명이 신청,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신청 대상은 과거 베이비부머 세대 당시 대규모로 채용됐던 1969년생(56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40대 직원 비중도 5%가량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매년 2000명 안팎의 범위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인건비 절감과 조직 슬림화를 추진 중이다. 신한·농협은행 이외에 KB국민·하나·우리은행도 새해 희망퇴직을 단행할 예정이다. 매년 상·하반기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하나은행은 올해 7월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희망퇴직 대상이 40대로 낮아진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린 2022~2023년부터 본격화됐다. 이전에는 주로 임금피크제 진입을 앞둔 50대 중후반이 주 대상이었으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력 구조 개편과 '제 2인생' 준비 니즈가 맞물리며 대상 연령이 급격히 낮아졌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은행 지점이 눈에 띄게 줄고 있고, 인공지능(AI) 활용 범위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연합회 '은행점포 전체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전국 은행 지점 수는 5521곳으로 지난해 상반기 5710곳 대비 1년 만에 200곳 가까이 줄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한 경영 효율성 개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와 맞물려 40대의 자발적인 퇴직 수요가 증가한 배경에는 희망퇴직을 통해 퇴직금뿐만 아니라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 수억 원에 달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월평균 임금의 20~31개월치를 지급, 법정퇴직금을 포함하면 평균 5억 원 중반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은행원은 "AI 고도화에 따라 은행원이 설 곳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특별퇴직금 지급 규모도 과거 35~36개월에서 31개월 이내로 계속 줄어드는 만큼,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일찌감치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건강 문제나 자녀 교육, 이직 준비 등 다양한 이유로 40대 직원들 중에서도 특별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희망퇴직을 고려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차원에서 희망퇴직 연령이 확대되는 게 직원들 입장에서는 나쁜 일 만은 아니다"고 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