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소송전 '극적 뒤집기'…10여년 만에 가슴 쓸어낸 금융 관료들
추경호·이창용·김주현·정은보 등 '론스타' 책임 관여
"내용 판단 아닌 절차 문제…관련자 책임 사라진 건 아냐"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정부가 벌인 13년간의 투자 분쟁이 정부의 '완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 관여했던 당시 관료들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당시 금융위원회 수장으로 "론스타 소송전, 절대 지지 않겠다"던 김석동 전 위원장의 다짐이 현실이 됐다.
정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한 '론스타 사태' 판정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지난 2022년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4000억 원을 배상해야 했던 판정이 뒤집히면서 배상액은 결국 '0원'으로 마무리됐다.
이른바 '론스타 사태'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07년부터 고가 매각을 시도하면서 본격화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에 성공하고도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약 6조원 규모의 투자분쟁(ISDS)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정부가 론스타에 2억 1650만달러 및 이자(현재 4000억 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판정이 내려졌을 때는 '금융당국 책임론'이 꼬리표처럼 남았다. 우선 금융당국이 2003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결정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었고,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승인 지연이 소송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이었다. 이후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날 때는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었다.
추 의원은 2022년 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국정감사에서 “외환은행이 재정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나선 곳이 론스타였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였고,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당국 승인을 받을 때까지는 진동수, 김석동 전 위원장이 금융위를 이끌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론스타 사건과 연결돼 있다. 이 총재는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라는 의혹의 일었던 2008년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이 총재는 지난 2002년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가 해외에 소재한 데다, 자료도 불충분해 사실관계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밝힌 바 있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도 2011년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현안을 총괄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22년 국정감사에서 "저를 포함해 론스타 사태와 관련된 금융당국 공무원들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지난 2011년 당시 금융위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을 맡았고, 2012년에는 사무처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당초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 과정에서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승인 시점을 늦췄다는 론스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금융위가 '자의적 권한 행사'를 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판정에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다고 반박했다. 중재판정부가 하나금융과 론스타 사이의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판정문을 핵심 증거로 채택한 이후 금융위의 위법성을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대한민국이 당사자로 참여하지도 않은 제3자 간(하나금융–론스타) 중재 판정문을 증거로 사용해, 정부의 변론권과 반대신문권을 사실상 제한했다"며 "이는 근본적인 절차 규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중재판정부는 절차상 하자가 있는 증거에 의존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 판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 따라 4000억 원 규모의 정부의 배상 책임 역시 모두 사라졌다.
다만 이번 결과로 관련 당사자들의 책임이 완전히 면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 판정을 뒤집은 핵심 원인이 내용적인 판단이 아니라, 정부 측이 제기한 '절차적 위반'에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판정은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부의 이의 제기를 수용한 것"이라며 "이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론스타의 추가 대응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다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판정이 사건의 본질을 판단한 것이 아닌 만큼, 금융당국이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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