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생산적 금융·재무안전성' 딜레마…사후관리 역량 차이로 판가름"

금융연구원, '2026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 개최

9일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2025.1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에 따라 역할이 증대된 은행권이 향후 대규모 손실 발생 시 은행 건전성·수익성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전이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11일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2026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본격적인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기조에서 기업대출 확대와 재무안정성 유지 간 균형이 우선 과제로 부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손쉬운 돈벌이에서 벗어나 투자로의 '모험자본' 공급을 강화하겠다는 '생산적 금융'을 추진 중이다. 5대 금융그룹은 정부 기조에 발맞춰 508조 원의 자금 투입 계획을 앞다퉈 내놨다.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에 각 10조 원씩 투입하는 한편, 자체 투자자금을 조성해 모험자본 공급, 펀드 결성, 벤처투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단순 정부 정책 동참뿐만 아니라, 부동산 쪽으로 치우친 자산구조를 제조업 중심으로 질적 측면에서 높이는 쪽으로 전환해 '자산의 질적 개선'을 이룰 기회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따른 리스크 요인은 남겨진 숙제다.

김 실장은 "혁신·중소기업은 높은 사업 불확실성으로 손실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손실 발생 시 은행 건전성과 수익성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전이될 위험성이 상존한다"며 " 향후 우량 대기업 및 중소기업 선점 여부 및 사후관리 역량 차이가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 따른 은행 간 수혜의 정도를 판가름할 전망"이라고 했다.

은행권의 경우 기술신용 대출 등 사업성 평가 기반 대출 확대를 통한 리스크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기업대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생산적 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적정 연체율과 자본비율 등 재무안전성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한다"며 "다양한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고도화해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장기적으로 기존 관행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한다. 가계대출 관련 규제에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 내부관행 및 절차 개선을 통해 관리 강화 기조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한도 규제 및 실수요 관리, 전 금융권 통합 관리 등에 초점을 둔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고려해 가계의 실질 구매능력을 고려한 대출심사 관행을 점차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를 통한 신용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유지를 위해서 포용 및 상생금융과 은행의 성장 기반 간 강건한 균형을 확보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편 내년에는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돼, 기업대출 확대 경쟁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수익성은 순이자마진(NIM)이 시장금리 하락세와 수신경쟁으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으로, 그간 하락 추세를 이어간 데 이어, 하방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자본적적성의 경우도 위험가중자산(RWA) 하한 규제가 내년부턴 60%에서 65%로 상향 적용돼 자기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심화한다.

김 실장은 "특히 은행 간 LTV 담합 관련 과징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 정부의 금융회사 수익에 대한 교육세 인상 방안, 새도약기금 설립 재원 부담 등이 국내 은행 이익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