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못 막아"…'공공기관 족쇄'에 금감원 직원들 "승진·연봉 제약" 반발

"10년 동안 막아왔는데"…공공기관 깜짝 발표에 직원들 '화들짝'
"정부가 인사·예산 통제" 우려…노조도 "금융감독 독립해야" 성명

금융감독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정부·여당이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 시 조직 인사와 예산 집행 등에 정부 통제가 강화되는 만큼, 직원 처우에도 불이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해마다 반복돼 온 해묵은 논쟁이지만 "이번엔 막기 어렵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그동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원회가 관리·감독 권한을 앞세워 '방패'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이를 막아줄 조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민반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소식에 '화들짝'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지난 7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격상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독립시키고, 두 기관 모두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창규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은 공공기관 지정의 목적에 대해 "외부 통제 강화"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역할에 비해 민주적 외부 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어,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경영과 재정을 더욱 확실히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회사 검사·감독을 수행하는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회사'다. 법률상 분류는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반민반관(半民半官)' 조직으로 불린다.

문제는 재원 구조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로부터 매년 약 3000억 원의 '감독분담금'을 받아 운영하는데, 이는 금감원 전체 예산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르면, 정부 업무 위탁으로 얻는 수입이 예산의 절반을 넘으면 해당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금융위-금감원' 금융 담당 조직이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등 4개로 확대·개편된다. 사진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2025.9.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해묵은 논란이지만…내부서 "이번엔 못 막는다"

사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2009년 해제된 바 있다.

이후에도 논란은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 등으로 '금감원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금융위가 통제를 강화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다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법적 근거를 들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주장할 때마다, 관리·감독 주체인 금융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가 반대해 왔는데, 이제는 금융위 조직 자체가 기재부로 편입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위가 관리하는데 기재부가 굳이 간섭하려 한다는 반발이 있었고, 정무위 역시 산하 기관을 기재부가 좌우하려는 것에 반대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 금융위가 기재부로 들어가면서 상황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운영법 6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기관 성격에 따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세 가지로 분류한다.

직원들 "인사·예산 통제…승진·임금인상 어려워"

금감원 직원들은 이날 "예상치 못한 이슈"라며 당혹스럽다는 분위를 전했다. 지금까지는 '금감원 쪼개기' 논란에만 집중했는데, 공공기관 지정은 별다른 대비나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발표됐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직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조직 운영 전반이 통제 대상이 된다"며 "예를 들어 인력 감축이 시행되면 승진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 통제도 엄격해져 임금 인상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노조도 전날 성명서를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금감원 노조는 "2009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이유는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버린다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서 취약해져 정권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