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은행원도 1년 새 1300명 짐 쌌다…은행권 몸집 줄이기 가속화

비대면 업무 늘며 은행 지점 폐쇄·희망 퇴직 계속
금융노조, 정년연장·주 4.5일제 요구하며 오는 26일 총파업 예고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운영 중인 하나은행 신권 교환 이동점포에서 은행원이 손님의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 2024.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은행들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비대면·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인력과 오프라인 지점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반면 금융노조는 노동자들의 권익 강화를 내세우고 있어 하반기 은행권의 노사 갈등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임직원 수는 5만379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066명에 비해 1272명 줄어든 수준이다.

은행 별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532명 감소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그 뒤로는 △국민은행 473명 △우리은행 180명 △하나은행 87명 순으로 이었다.

이에 은행들은 매년 2000명 안팎의 범위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인건비 절감과 조직 슬림화를 추진 중이다. 은행연합회의 '2024 은행 경영 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1987명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2357명, 2023년에는 2392명에 달했다.

각 은행에서 개인별 보수 상위권에 든 이들 역시 희망퇴직으로 인해 10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가장 높은 퇴직소득을 기록한 퇴직직원은 10억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에서 가장 높은 퇴직금을 받은 직원은 9억 1600만원, 우리은행은 9억 600만원, 신한은행은 8억 2300만원을 기록했다.

인력과 함께 은행 지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은행연합회 '은행점포 전체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전국 은행 지점 수는 5521곳으로 지난해 상반기 5710곳 대비 1년 만에 200곳 가까이 줄었다.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가 10조 원에 육박하는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은행들이 인력 및 지점을 줄이고 있는 건 디지털 전환과 이에 따른 비대면 업무의 확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모바일 뱅킹을 통한 계좌 개설·대출·환전 등 금융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대면 업무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금융노조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인력 보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임금 5% 인상과 정년 연장, 신규 채용 확대, 주 4.5일제 도입 등을 하반기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오는 16일에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26일에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5년간 765개 점포가 폐쇄되고 7000 명 이상 인력이 줄어든 부담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며 "금융노조가 앞장서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드는 첫걸음을 내딛겠다"고 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