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해체' 말 아낀 이억원…갭투자·겹치기 근무엔 고개 숙여(종합)

금융당국 조직개편 두고 여야 공방…"보름 임기 아니냐"
"달러 스테이블코인 규제…사모펀드 약탈 경영 개선"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김도엽 박승희 김근욱 정지윤 기자 = 2일 열린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금융위 해체'를 담은 정부 조직개편안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자는 금융위 해체 찬반을 묻는 질의에 "안이 나오지 않은 것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본인에 대한 '사외이사 겹치기 근무', '강남 노후 아파트 갭투자 의혹' 등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서 적절했는지 새길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안 두고 여야 공방, 10여분 만에 정회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했으나 "금융당국 조직개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10여분 만에 정회했다.

전날 여당과 정부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를 갖고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은 조직개편안 중 금융위원회 해체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르면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까지 알려지며, 야당을 중심으로 '보름 임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갖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했고, 당정의 입장을 확인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가 그대로 존치한다는 전제하에서 청문회를 진행한다"며 "금융위원회 조직 개편 등 상반된 내용이 나온다면 정무위에선 그런 부분은 다를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전제로 둔다"라고 밝히며 인사청문회가 재개됐다.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간담회는 개편 관련 설명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며, 해체가 아니라 기능 조정임을 말씀드린다"며 "간판을 바꾼다고 해서 기관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듯, 인사청문회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인사말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2025.9.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갭투자·사외이사 겹치기 근무 의혹 등 "국민 눈높이서 새길 것"

이 후보자는 여야의 신상 관련 질타에, 위법은 아니라면서도 "국민 눈높이서 새길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 3년 정도 여러 회사 사외이사로 근무하면서 6억 2000만 원의 소득을 번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의했고, 이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적절했는지에 대해 새겨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의 강남 개포동 노후 아파트 갭투자 의혹을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과거 8억 5000만 원에 개포동 노후 단지를 매입, 현재 시세 50억 원에 이르는 재건축 단지로 탈바꿈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05년과 2013년 두 차례 해외 파견 직전에 강남 노후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했다며 "실거주 목적이 아닌 전형적인 투기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도덕적 비난 가능성에 대해 다소나마 미안하지는 않나'라는 질의에 이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그런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점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사전에 개발 정보를 입수한 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총 7000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그중 1100만 원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 나머지는 다 국내 주식에 투자했고, 상장지수펀드(ETF)도 투자했다"며 "공직 생활 동안은 주식을 잘 못했고, 나와서 시장 경험하며 주식 시장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이론을 (배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주식·펀드 투자분은 총 7126만 원으로 나타났다. 코스피200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SOL 조선 TOP3플러스' ETF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고, 개별 주식으로는 스트래티지·테슬라·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달러 스테이블코인 규제도 준비", "사모펀트 약탈 경영 개선점 찾겠다"

금융정책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법인 '지니어스법'이 통과된 이후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확대되면 원화 통화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유통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체계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금융위가 발행 중단이나 상환 명령 등 강력한 조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도입한 지 20년째가 된 바이아웃(Buyout)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전반적인 제도를 살펴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PEF의 약탈적 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공과를 따져보고 글로벌 정합성 등에 대한 기준에 있어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전격적인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MBK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사를 약속했다.

이 후보자는 "(MBK에 대해) 검찰에서 지금 수사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도 금감원이라든지 조사할 것은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